한미·한러관계 고심 깊은 정부... '나홀로 제재' 배제로 '균형' 찾기

입력
2022.02.25 19:30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직면한 한미ㆍ한러관계의 ‘고차방정식’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참여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독자제재나 군사지원은 배제하는 대신, 서방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동참해 한미동맹과 한러관계 사이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우리 정부에 “즉각 지원”을 호소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대러 경제제재 참여에 따른 우려를 불식하려 애썼다. 제재 동참이 원유 등 에너지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의에 “(한국이) 에너지를 많이 수입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당장 제재 참여로 인한 수입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기본적 국제제재 동참 외에 “몇 가지 제재를 좀 더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가리킨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전방위 제재가 본격화한 만큼, 미국과 협의를 통해 제재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전날 경제제재 동참 선언에 이어 미국, 캐나다 등 ‘민주주의 공동체’ 소속 국가들과 러시아 규탄 공동성명을 냈다. 이날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통화에서 경제제재 참여를 거듭 확약하는 등 한미동맹에 기반한 공조 의지를 다졌다.

단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등 군사행동 가능성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우리 동맹 또는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거듭 천명하고 있다”면서 “군사적 협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러시아 측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과도한 대응은 선택지로 두지 않아 ‘유연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날 현안 보고 자리는 정부의 외교ㆍ안보관을 놓고 여야의 공방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주장하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을 집중 성토했다. “문서만 갖고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게 우크라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조태용 의원)” 등 비판이 빗발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 주장이 오히려 안보 불안을 자극한다고 반격했다.

주한우크라 대사 "무기 지원해 달라"

한편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신임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제재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으로부터 경제ㆍ군사 지원을 포함한 각종 기술적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무기와 보호 장비, 연료, 물 등이 군대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해 군사적 지원을 배제한 정부 입장과 다른 주문을 내놓았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