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라"는 정부 vs 의료계는 '모듈병원' 등 비상사태 대비 중

입력
2022.02.24 18:30
고대의료원 '체육관 모듈병원' 예행연습
화정체육관에 긴급모듈병상 설치
"비상사태시 최대 100개 병상 가동" 
물, 전기, 의료용 산소 등 공급 점검

정부는 현재의 의료 체계로 오미크론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연일 강조하지만, 의료계는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틀에 걸쳐 국제구호단체와 함께 대규모 긴급모듈병원을 운영하는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비상시 체육관에 100개 모듈병상

24일 고려대의료원은 서울 성북구 의대 본관에서 오는 25일까지 ‘코로나19 긴급모듈병원 트레이닝 세미나’를 열고 운영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은 기존 의료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경우 고려대 안암캠퍼스 내 화정체육관에 최대 100개 모듈병상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민간병원으론 처음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시,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 퍼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은 먼저 사마리안 퍼스가 긴급모듈병원 운영 기술과 경험을 공유했다. 지진이나 전쟁, 감염병 같은 재난 지역에 긴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사마리안 퍼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각각 68병상 규모의 긴급모듈병원을 운영했다.

긴급모듈병원을 설치하려면 사전에 부지를 선정하고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기와 수도, 연료도 원활하게 들어와야 하고, 의료용 산소 확보도 필수다. 코로나19 모듈병원을 먼저 운영해본 국립중앙의료원의 전재현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은 “인공호흡기를 사용 중인 환자가 10명이 넘는데 산소가 떨어져 아찔했던 적이 있었다”며 “대형 산소탱크가 필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지가 확보되면 대형 텐트를 치고 내부에 병상과 의료장비를 설치한다. 소모품과 의료품도 각각 모듈화해 필요에 따라 공급했다가 쓰고 나면 빼낸다. 브루스 나이슬리 사마리안 퍼스 긴급재난대응팀 간호사는 “긴급모듈병상은 설치 시점이 중요하다”며 “기존 의료 체계가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경청한 국내 의료진은 모듈병원 운영 중 발생할 응급 상황과 환자의 분류·이송 체계를 가장 걱정했다. 밥 스펜서 사마리안 퍼스 긴급재난대응팀 수석 의사는 “동반질환이 있거나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보내는 등의 의사결정은 모듈병원 내 리드 의료진이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화정체육관 긴급모듈병원을 계획 중인 윤승주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모듈병원 준중환자실에서 처치하지 못하는 환자는 도보 5분 거리의 안암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응급 상황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중증 환자 수용 능력 확대”

정부는 우리 의료 체계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1,500~2,000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의료진 감염까지 속출하면서 이런 숫자가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높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긴급모듈병원을 잘 활용한다면 위중증 환자 수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화정체육관에는 실제 크기의 긴급모듈병원 모형이 20병상 규모로 설치돼 있다. 25일 오전에는 이곳에서 의료인들이 모듈병원 운영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오후 2시부터는 미리 신청한 일반인들도 모형을 관람할 수 있다.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