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와 '메타버스', '글로벌'
수렁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남궁훈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가 공개한 미래 청사진의 핵심이다. 현재 설계된 카카오의 유전자(DNA)이자 중심인 텍스트 기반 기술과 플랫폼으로 새로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생태계를 구축,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겠다는 판단에서 꺼내든 '뉴(New) 카카오'의 키워드로 보인다.
남궁 내정자는 24일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 수장에 오르게 된 소회와 함께 향후 나아갈 미래 전략도 소개했다. 지난달 20일 카카오 대표에 내정된 이후 남궁 내정자가 언론 앞에서 구체적인 카카오의 청사진을 공개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지목됐던 대표 내정자의 주식 먹튀 논란 등으로 회사가 위기에 내몰리자, 전격 호출된 그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우선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의 차세대 먹거리를 '메타버스'에서 찾았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흔히 3D 가상세계로 알려진 메타버스와 내용 부분에선 차이를 보였다. 남궁 내정자는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를 가상공간의 3D 아바타로 많이 생각한다"면서 "사실 메타버스는 3D뿐 아니라 텍스트, 이미지, 음향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 공동체(계열사)가 이런 디지털 형태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향후 메타버스 시장 선점 경쟁에서의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카카오는 텍스트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페이지 등은 이미지나 콘텐츠에서, 카카오브레인은 인공지능(AI)에서, 카카오게임즈는 멀티미디어 기술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카카오의 '본체'는 텍스트 기반의 메신저 플랫폼인 만큼,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간 협력으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내수용 기업'이란 오명에서도 텍스트 기반의 메타버스를 통해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카카오 내에선 메타버스 관련 'V2' TF와 'O' TF 등 2개의 태스크포스(TF)가 발족돼 운영되고 있다. 남궁 내정자에 따르면 'V2' TF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로, 테이블롤플레잉게임(TRPG) 및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롤플레잉 채팅' 방식으로 기획되고 있다. 채팅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각자 역할을 부여받고, 인공지능(AI) 캐릭터 등과 함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채팅,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반면 'O' TF는 오픈채팅에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 중이다. 텍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형태소를 기반으로 오픈채팅을 재정의, 메타버스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남궁 내정자는 "그동안 카카오는 (현실의) 지인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한국 시장을 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비(非)지인 연결을 통한 '관심' 기반 커뮤니케이션인 오픈채팅을 통해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도 메타버스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초석을 쌓는 측면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카카오를 둘러싼 골목상권 침해와 자회사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매각 등 잇따른 논란에 대해선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는 그동안 계열사의 자율경영에 중점을 두고 성장했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따른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며 "전체 계열사의 사업 및 사회공헌 방향은 김성수·홍은택 부회장이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카카오 내부에서도 제 나름대로의 (사회공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궁 내정자는 최근 하락세인 카카오 주가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와 임직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남겨야겠다는 판단이었다"며 "직원 연봉과 복리후생에 대해 많이 신경 쓰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