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쪽방촌 공공주택 개발 계획을 이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 주도의 쪽방촌 개발은 주민과 토지주 간 갈등으로 1년 동안 지지부진한 상태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동자동사랑방, 2022홈리스주거팀 등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공공주택 개발 계획을 밝힌 지 1년이 지났지만 진척이 없다"며 국토교통부에 신속한 지구 지정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5일 국내 최대 쪽방밀집지역인 동자동을 정비해 공공주택 1,450가구와 민간분양 960가구 등 총 2,41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동자동 쪽방촌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국토부는 같은 해 12월까지 지구지정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구지정 전 단계인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은 "쪽방촌 주민들은 공공개발을 기대했지만 집주인이나 부동산업계는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반대해 사업이 지연됐는데 (정부는) 계획 발표 이후 이렇다 말 한 마디 없다"고 성토했다. 김 이사장은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영국 동자동 공공주택추진위원장은 "공공개발 공고 후 국토부를 찾아가 면담했지만 1년간 소식이 없다"며 "열악하다 못해 비참한 쪽방 주민들이 하루빨리 편하게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30년 넘게 동자동 쪽방촌에서 사는 지만형씨는 "언제 개발될 지 모르니 마음만 급해지다가 요즘엔 우울증까지 생기는 것 같다"며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넉넉하게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종만 양동쪽방주민회 부위원장은 "2020년 470명이었던 쪽방 주민이 지금은 180명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주민들이 내쫓기고 생을 다하는 동안 아무 역할을 못한다면 국가의 약속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좌고우면 없이 공공주택 추진을 약속받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지역 토지 등 소유주들은 공공주도 개발에 반발하고 있다. 오정자 동자동 주민대책위원장은 "난데없이 발표한 공공개발사업은 현금청산 등으로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는 현재 서울시의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한 민간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동자동 개발 지연에 대해 "민간개발을 원하는 주민과 공공개발을 원하는 쪽방촌 주민 사이 갈등이 있어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서울시, 용산구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