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영웅' 신의현, 베이징에서 2연패 신화 이룰까?

입력
2022.02.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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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패럴림픽의 영웅 신의현(42)이 베이징에서 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한다.

신의현은 내달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에 출사표를 냈다. 신의현은 4년 전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좌식 15㎞에서 동메달을 따며 기세를 올린 뒤, 좌식 7.5㎞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동계패럴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동계패럴림픽 역사상 1호 금메달이었다. 신의현은 최근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좀더 성숙하고 침착해졌다”면서 “최근 컨디션만 보면 평창 때보다 좋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다만 베이징패럴림픽 메달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평창 대회 당시 도핑 이슈로 출전하지 못했던 ‘파라 노르딕스키 최강’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 선수단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최근 급상승세를 탄 데다 전통의 강호 캐나다와 미국도 실력이 여전해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 또 일각에서는 마흔을 넘긴 신의현의 경기력에 대해 ‘4년 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의현은 그러나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지만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신의현은 특히 주종목인 크로스컨트리뿐만 아니라 크로스컨트리에 사격이 더해진 바이애슬론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바이애슬론 사격에서 60발 모두 명중시키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장애인스포츠 1호 귀화 선수’ 원유민(34)과 육상으로 꾸준히 체력을 다져온 정재석(35)도 파라노르딕스키에서 한계에 도전한다. 원유민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2세에 부모님과 함께 비교적 복지 환경이 좋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이후 캐나다 휠체어농구 국가대표로 2016 리우패럴림픽에 출전할 정도로 운동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7년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린 뒤 노르딕스키에 입문했고, 2018 평창 대회를 앞두고는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마음에 한국 국적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국제패럴림픽 규정(국적을 바꿔 패럴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에 따라 평창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유와 같다. 이후 지난 4년 동안 베이징패럴림픽만 바라보며 더 독하게 기량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원유민은 “(평창 출전 무산 이후) 허무했지만 4년은 빠르게 지났고 그간 하루의 모든 일과가 오직 훈련뿐이었다”면서 “국적 회복 후 첫 패럴림픽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재석은 육상, 특히 마라톤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때 다져진 지구력과 강인한 체력은 자연스레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스키 입문으로 이어졌다. 이달 중순에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도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며 출격 준비를 마쳤다. 정재석은 “노르딕 스키가 인생 마지막 운동이라 생각하고 훈련에 임했다”면서 “베이징대회는 물론, 2026 밀라노 대회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