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갔던 제비 강낭콩 물고

입력
2022.02.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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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고 하는데, 우리말에 ‘강남(江南)’이 꽤 쓰이니 알아볼 일이다. ‘강남’은 국어사전에 여러 뜻이 있지만, 관련해서는 ‘중국 양쯔강(揚子江)의 남쪽 지역을 이르는 말. 흔히 남쪽의 먼 곳’이라는 뜻을 살펴볼 수 있다. 따듯한 남쪽 먼 지역으로 떠났던 제비가 돌아오고, 옛날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친구 따라 많이들 간 곳이, 온화해서 수확할 것 많은 중국 남쪽이다.

우리말에서 ‘강낭콩’은 원래 ‘강남콩’이었다. 이때의 ‘강남’도 중국의 남쪽 지역을 말하며, 이 지역에서 들여온 콩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다 언어를 실제 사용하는 우리 언중들이 ‘강남에서 들여온 콩’이라는 어원을 인식하지 않고 받침의 소리가 변화한 대로 발음하면서, 이러한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강낭콩’으로 쓰게 한 것이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음과 모음의 발음이 달라지고 변화를 겪게 된다. 발음 변화의 정도가 심하거나 발음이 변한 지 오래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뀐 발음으로 어휘를 사용하게 되면 표준어를 새로이 정하게 된다. ‘강낭콩(←강남콩)’이나 ‘사글세(←삭월세)’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어원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언중들의 발음에 따라 표준어를 정하는 유연한 원리이다.

곧 따듯한 봄이 시작되는 3월이다.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하니, 아마도 완연한 봄이 금세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 갔던 제비가 물고 온 강낭콩도 싹을 잘 틔우도록, 우리에게도 다시 희망찬 봄이 다가오길.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