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이준석 리스크’가 돌출할 조짐이다.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키우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달래서 손을 잡아야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히려 안 후보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국민의당 선거운동원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23일엔 "국민의당에 배신 행위를 한 사람이 있다"고 폭로해 국민의당을 발칵 뒤집었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안 후보의 후보 단일화를 되살리려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 없이 '안 후보(의 대선 출마)를 접게 만들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에도 안 후보의 대선 완주를 바라지 않는 인사들이 있는데,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맥락이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안 대표를 거듭 자극했다. 지난 20일 안 후보가 사망한 선거운동원의 '유지'라며 완주 의사를 밝혔을 때 이 대표는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유서를 써놓고 가시나”라고 비꼬았다. 22일엔 안 후보와 관련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댓글로 “‘ㄹㅇㅋㅋ’(레알 크크) 네 글자만 치세요”라고 썼는데, 이는 상대가 우습다는 뜻이다.
국민의당도 폭로로 맞대응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가 이달 초 비공개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대선후보직을 사퇴하고 합당하게 되면 대선 후에 특례 조항을 만들어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서울 종로 혹은 부산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도 제안 받았다고 이 본부장은 주장했다.
이 본부장의 폭로엔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를 벌리려는 의도가 담겼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아닌 자신과 단일화 논의를 하자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 대표가 윤 후보를 소외시키려 했다는 뜻이었다.
이 대표는 재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후보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한 듯 "철저하게 제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 이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며 월권 논란을 차단했다. 다만 이 대표는 2월초 이 본부장을 만나 안 후보의 사퇴와 합당을 제안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이번 폭로전으로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의 '오랄 리스크'에 대한 불만이 또 다시 커지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대표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고 꼬집었고, 홍준표 의원도 자신이 운영하는 ‘청년의꿈’ 홈페이지에 “좀 심한 것 같다”고 썼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걱정하는 건 이 대표가 소음을 만들 수록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안 후보의 지난 20일 후보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주춤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1,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을 39%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38.3%)와 딱 붙어 있었다. 최근 윤 후보가 오차 범위 밖으로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앞서가던 흐름이 끊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