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제자유구역(이하 충북경자구역)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한 외투기업 공간을 넘어 국제 도시를 향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핵심은 ‘오송 국제자유특별도시’ 건설로 집약된다. 충북경자구역의 중심인 오송(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대)을 외국 자본과 기술,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계획이다.
최근 충북경자구역청은 ‘경제자유구역청’이란 기존 명칭 외에 ‘경제자유특별도시청’이란 예명을 병행해 쓰기 시작했다. 오송 국제도시의 브랜드 가치와 혁신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국제 도시다운 정주 여건을 만드는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오송지역 민간단체와 기업인, 도시계획 전문가 등을 총망라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정주 여건 개선 과제를 발굴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충북경자구역 변화의 중심에는 공모를 거쳐 올해 초 취임한 맹경재(58) 청장이 있다. 맹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혁신’을 강조하며 충북경자구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송 국제자유도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를 지난 18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오송은 인천경자구역의 송도·영종 국제도시, 제주 국제도시 못지않은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중부권 최고의 국제도시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자구역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역설하는데, 무슨 의미인가
“충북경자구역청이 개청(2013년 4월)한 지 9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사고로는 더 이상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자구역이라고 무조건 외국 기업과 외국인이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 미래를 위해 경자구역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즉, 행정적 용어인 ‘구역’에서 과감히 벗어나 ‘도시’를 봐야 한다. 외국인이 거주하기 좋은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자를 유치한다면서 거리 간판과 식당 메뉴판이 모두 한글이면 되겠는가. 외국인 관점에서 도시 기반을 국제 기준에 맞게 바꿔가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기업이 넘치는 진정한 경자구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다.”
-오송 국제도시의 입지 여건과 성장 가능성은
“오송은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교통은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 유일의 KTX분기역인 오송역이 있고, 15분 거리에 청주국제공항이 있다. 국토 중심축인 경부·중부고속도로도 관통한다. 오송은 기업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국가 바이오 산업 허브로 이미 자리를 굳혔고, 창업 거점단지로도 이름 나 있다.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기술 특허부터 투자, 생산까지 원스톱 성장이 가능하다. 내년 10월이면 국제 컨벤션센터(청주전시관)도 개관한다. 주변 환경도 좋다. 하폭이 500m나 되는 미호강이 흐르고, 호수공원·습지 등 힐링 공간도 수없이 산재해 있다. 15분 거리에 A급 골프장이 3개나 있다. 기술과 창업, 헬스와 힐링, 관광·레저가 어우러진 국제도시로 손색이 없다. 이런 뛰어난 입지를 기반으로 오송은 대전 세종 충남과 경기 일부를 아우른 600만 국제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국제도시 정주 기반을 다지기 위해 거버넌스를 꾸렸다
“체계적인 도시 개발을 위해선 다양한 기관·단체와의 협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공동체가 합심해야 외국 교육시설 유치, 서비스업 기반 조성 등이 수월해진다. 거버넌스는 대표협의체와 실무협의체로 나눠 꾸렸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거버넌스를 통해 국제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제시됐다. 이것들을 가다듬고 실행 가능성을 따져 하나 하나 정책에 반영할 생각이다. 또 이들 과제를 토대로 관련 정부 공모사업 등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오송 국제도시의 비전으로 제시한 ‘글로벌 복합도시’는 어떤 모습인가
“말 그대로, 국제병원과 연구시설, 세계 명문 교육기관 등이 집적화한 도시를 뜻한다. 인천 송도나 제주처럼 외국인 기업가와 근로자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도시다. 그래서 정주여건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 얘기다. 외국어를 병기한 도로명을 사용하고, 한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안내해주는 앱 개발로 외국인이 편하게 생활하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 특히 내년 오송컨벤션센터 개관에 맞춰 외국인 맞이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명품거리를 만들고 외국인 지원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외국인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도시’ ‘외국 기업이 가장 투자하고 싶은 도시’ 건설이 목표다."
-그간 외국인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외투 활성화 비책은
“결국 이 문제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거주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아쉽게도 그동안 경자청은 외투기업 유치가 어렵자 국내 기업 유치에 신경을 썼고, 결과적으로 정주 환경 조성을 등한시해왔다. 올해부터 우리 청은 그간 소홀했던 정주 여건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오송 반경 100km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편하게 생활하는 공간을 조성하는데 전력을 쏟겠다. 외국인 전용마트, 외국인 전용 레지던스 등 생활 서비스를 적극 유치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옴부즈만 서비스 사무소도 구축하겠다. 무엇보다 오송 국제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안내센터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외국에서 기업가나 투자자가 오면 오송의 가치를 소개하고 투자 상담, 연구시설을 연결해 오송에서 맘놓고 기업 활동을 하도록 돕는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
맹 청장은 충북지역 공직 사회에서 ‘신화’로 통한다. 9급 말단 공무원에서 출발해 1급 관리관까지 뛰어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직후인 1983년 공직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2021년 말 명예퇴직까지, 38년 여를 쉼 없이 달려왔다. 그의 초년 공무원 시절은 복지 분야에 천착한다. 가난 때문에 어렵게 살았던 그로서는, 복지가 너무나 절실한 문제로 다가왔다고 한다. 야간 대학과 방송통신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까지 공부하고, 보건복지부로 파견 근무를 자원한 이유였다.
이랬던 그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픽업’으로 공직 생활의 전기를 맞는다. 2010년 외자유치팀장을 맡은 이후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업무 추진력으로 ‘물 만난 물고기’로 변했다. 투자유치과장, 경제통상국장 등 10여년간 충북 경제를 도맡아 1,100여개 업체, 총 63조 5,000억원 투자 유치라는 기록을 남겼다. 증평 에듀팜특구 지정, 한화큐셀 진천 유치,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CJ제일제당 케이푸드밸리 조성,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충주 이전 등 굵직한 투자 유치가 그에 의해 시작됐거나 결실을 맺었다.
이런 그가 올해 초 공모를 거쳐 제 3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돌아와 다시 충북 경제의 한 축을 맡게 된 것이다. 충북경자구역청장을 지자체 출신이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충북의 경제통이 귀환하자 지역에선 “충북경자구역의 제 2 도약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사실 그는 충북경자구역 유치 기획 단계부터 구역 지정까지 전 과정을 관여한 인물이다.
맹 청장은 “ ‘지방직 최초 1급’이란 기록은 충북 공직자 여러분과 도민들이 만들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제 충북경제자유구역을 중부권 경제중심지이자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