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팽창 야욕이 우크라이나 위기 원인”… 중국의 저격

입력
2022.02.23 11:45
17면
[나토 겨냥 목소리 높이는 중국]
①나토, 탈냉전 이후에도 3차례 동진
②러시아 틀어막히듯 中 처지도 갑갑
③나토 “중국은 구조적 도전” 직격탄
④”나토 확장의 끝은 어디인가” 반발


“그들은 동쪽으로 한 치도 이동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뻔뻔하게 우리를 속였다.”


지난해 6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 못지않게 중국도 나토가 위협적이긴 마찬가지다. 급기야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책임을 나토에 떠넘기며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향해 직설화법을 자제해온 중국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①탈냉전 이후에도 3차례 동진


나토 회원국은 1949년 창설 당시 12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30개국으로 팽창했다. 1952년 그리스·터키를 시작으로 2020년 북마케도니아에 이르기까지 9차례 회원국을 새로 받아들였다.

펑파이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23일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나토가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회원국을 대거 늘린 경우가 3차례에 달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나토가 러시아를 향해 동쪽으로 진군하며 블랙홀처럼 회원국을 빨아들여 안보를 위협하는 공룡으로 몸집이 불었다는 것이다.

②나토가 러시아 틀어막듯 中도 갑갑


중국은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1999년 폴란드·헝가리·체코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동쪽 방어선이 700~900㎞, 면적은 485만㎢, 인구 6,000만 명, 지상군 13개 사단과 병력 15%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4년 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7개국 가입으로 나토 회원국 인구는 7억7,460만 명에서 8억1,990만명으로, 회원국 병력은 474만7,600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나토에 합류하면서 발트해~흑해~코카서스 산맥~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아치형 방어선을 구축해 러시아의 유럽 진출 통로를 막았다. 미국과 일본이 오키나와 서남단 난세이 제도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 중국을 포위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이 태평양 진출을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제1열도선(일본~대만~필리핀)이 틀어막힌 것처럼 나토가 러시아의 숨통을 조인 셈이다.

③나토 “중국은 구조적 도전”


나토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날을 세워왔다. 2019년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했지만, 2년 뒤 “중국은 구조적 도전”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부각시켰다. ‘기회’라는 단어는 쏙 뺐다. 또한 새로운 전략개념인 ‘나토 2030’을 통해 대중 압박을 중심으로 나토의 기능과 메커니즘을 조정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대표부는 “나토의 국방비 총액은 전 세계의 절반이 넘고 중국의 5.6배에 달한다”며 “핵탄두만 놓고 보면 중국보다 20배나 많다”고 일단 몸을 낮췄다. 동시에 “나토는 뇌사 상태”라며 회원국 간 틈을 벌리려 애썼다. 하지만 맹방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긴장을 고조시키자 중국도 목소리를 높이며 가세했다. 시진핑 주석이 4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토 확장에 반대한다”고 못 박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④”나토 확장의 끝은 어디인가”


환구시보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호랑이의 기세에 올라타려는 건 중대한 전략적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날로 비대해지는 나토에 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잃지 않기 위해 강공책을 펴는 것에 공감한다는 뉘앙스다. 나토에 대한 중국의 오랜 불만도 담겨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중립을 선언해 러시아에도 나토에도 미국에도 넘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나토는 탈냉전 이후 동쪽으로 1,000㎞ 진격했다”면서 “나토의 경계가 대체 어디까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며 신냉전을 조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진을 빼기 위한 미국의 바둑알”이라고 비판했다. 추이항 화동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는 옛소련 붕괴 당시 가장 부유했지만 현재 매우 가난하고 외교도 실패한 국가로 전락했다”면서 “대국 세력의 접점에 위치한 만큼 양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꼭두각시 노릇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