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유엔에서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미국이 “허튼소리 말라”고 맹비난하자 러시아는 “돈바스 피바다”라는 격앙된 표현으로 응수했다. 중국은 짤막하게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며 한발 물러섰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을 내린 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그는 평화유지군이라 불렀지만 이는 허튼소리"라고 선공에 나섰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러시아의 명백한 공격”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구실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푸틴은 제국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한다"면서 "지금은 1919년이 아니라 2022년"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더 침공한다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목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의에 초청받은 우크라이나의 세르지 키슬리차 유엔대사는 "러시아의 행동과 무관하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크라이나 국경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대해 열린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돈바스에서 새로운 피바다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모험의 코앞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 대한 포격을 멈춰야 한다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군국주의적 계획을 버리게 해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양측의 설전을 지켜보던 중국은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일단 거리를 두려 애썼다. 장쥔 유엔 대사는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관련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하고 격려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고 평등과 상호존중의 기초하에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개 안보리 이사국이 신청해 성사됐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을 감안하면 안보리 차원의 실효성 있는 조치에 합의하기는 불가능한 구조다. 러시아는 2월 안보리 의장국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