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임박에... 무시무시한 에너지 대란도 임박했다

입력
2022.0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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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LNG 재고량 20년 만에 최저
LNG  수급 부족에 대체 수요로 유가도 폭등
유가 90달러대 유지...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전쟁 발발 조짐이 커지면서 천연가스(LNG) 및 유가 등을 포함한 국제 에너지 가격의 폭등세도 감지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국제 제재를 검토하자 글로벌 LNG 생산량 2위인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LNG 공급 축소로 공세에 나선 데다, LNG 공급 부족이 대체 수요인 석유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인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유럽행 LNG 공급 축소..."우리나라 LNG 물량 양보해야 할 수도"

22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분쟁이 고조된 후 러시아의 대(對)유럽 LNG 공급량은 큰 폭으로 축소됐다. 유럽의 러시아산 PNG(땅에 매장된 파이프 라인을 통해 운반하는 LNG) 도입량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지난달에는 무려 44%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역내 LNG 공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가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LNG 공급량을 줄였다는 게 중론이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 내 LNG 재고량은 20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의 지하가스저장소(USG)에 저장된 재고량이 총 133억㎥로 전년동기 대비 26%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2년 1월(114억5,000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LNG 수급 부족이 심화하자 유럽 LNG 가격의 바로미터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LNG 선물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메가와트시(㎿h)당 74.9유로를 기록, 전년동기(20유로) 대비 4배 가까이 치솟았다.

문제는 LNG 수급 부족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생산시설 가동률이 88%에 달해 추가 생산 여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에 미국 정부에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LNG 공급을 전면 중단할 상황에 대비, 우방국들을 대상으로 LNG 재고물량을 유럽에 양보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이와 관련해 카타르와 협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한국은 카타르 LNG 총 생산량의 30%를 수입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우리나라가 카타르와 체결한 LNG 장기계약 물량을 유럽에 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올해 유가 150달러까지 상승 가능성..국내 경제 타격 우려

국제 유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LNG 공급 부족에 따른 대체재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에도 여파가 돌아간 모양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물 가격은 93.86달러에,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은 배럴당 96.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역시 소폭 상승한 91.73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90달러대로 올라선 건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기름값도 오름세다.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04원으로, 통상 국제 유가 추이를 2, 3주 뒤 반영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1,800원대에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경제 제재까지 이뤄질 경우 올해 말까지 유가가 사상 최고인 15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씨티은행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본격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지금보다 10%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이 아닌 국가 중 산유량이 가장 많은 국가가 러시아여서 해당 물량이 국제 제재로 묶이면 유가는 올해 역대 최고치(2008년 140달러)를 돌파하는 건 시간 문제다”며 “올해 소비자 물가와 기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일으키며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3개월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 수출액은 343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유(54.8%)와 석유제품(50.0%), 석탄(130.8%) 등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는 16억7,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팀장은 “국내 내수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와 LNG 관세 면제 정책을 위기 해소 시까지 연장해야 한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화 차원에서 원전과 석탄 발전의 일시적인 가동률 상향도 정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자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