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뽑은 나훈아... '테스형!'의 파격 변신 이유

입력
2022.02.22 13:33
22일 '맞짱' 뮤직비디오 공개
시각특수효과 사용, 무협 장르 실험
'도깨비' 연상케 해
데뷔 55년...8곡 실린 '일곱 빛 향기' 발매

긴 은발의 사내는 홀로 숲을 찾아 땅에 묻힌 검을 오른손으로 뽑아 들었다. 입술을 꽉 다문 채 눈을 치켜뜬 그의 모습에 결기가 가득하다. 22일 정오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맞짱'에서 나훈아(71)는 마귀 '시마'를 칼로 무찌르는 전사로 나온다. 흐르는 세월에 속수무책인 인생사의 공적을 시간의 마귀, 즉 시마(時魔)로 표현하고, 그와 맞서 싸우는 설정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개된 '맞짱'에서 나훈아는 "아아아 세월아 맞짱 한번 뜨고 싶다"고 호탕하게 노래한다. 그는 이 곡을 "무심히 흐르는 세월에 적어도 끌려가긴 싫다며 세월과 맞짱이라도 한번 붙어보자며 어깃장을 부리는 걸 노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훈아가 '맞짱' 등이 실린 새 앨범 '일곱 빛 향기'를 공개했다. 1968년 노래 '내 사랑'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가 올해 데뷔 55년을 맞아 낸 신작이다. 나훈아의 새 앨범 발매는 2020년 8월 '테스형!'이 실린 '아홉 이야기'를 낸 뒤 1년 6개월여 만이다.

트로트 거장은 블록버스터급으로 귀환했다. 이날 공개된 '맞짱' 뮤직비디오는 드라마 '도깨비'(2016)를 떠올리게 했다. 나훈아는 시각효과기술(VFX)을 활용해 한국형 판타지 무협 영화처럼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국내 트로트 뮤직비디오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영상미로, 노장의 실험이다.

뮤직비디오엔 '오랜 시간 시마왕은 인간들로부터 희로애락의 순간을 빼앗아 갔다. 시마왕에게 자신의 시간을 빼앗긴 인간들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악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시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사람'이란 문구가 뜬다. 그렇게 뮤직비디오에서 나훈아는 '영웅'이 된다. 나훈아는 둥둥 거리는 북소리로 시작하는 곡을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이끌며 비장함을 살린다.

새 앨범에 실린 8개의 신곡은 모두 나훈아가 작사, 작곡했다. 한 가닥 실낱같이 가늘게 남아 있는 희망이란 뜻의 신곡 '누망(縷望)'은 나훈아표 애절한 트로트의 정수다. '체인지'에서 나훈아는 전자 음악도 선보인다. 그는 "찐찐 좋아" "썸타는 내 마음"이란 젊은 세대의 언어로 가사를 써 곡의 흥을 돋웠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