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그녀들'이 흥행을 손에 넣은 이후 '컬링퀸즈' '올 탁구나!'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론칭됐지만 반응은 미미하다. 특히 JTBC '마녀체력 농구부'는 차라리 '골 때리는 그녀들'를 따라한 것만 못한 모양새다. 왜 '마녀체력 농구부'는 제2의 '골 때리는 그녀들'이 되지 못했을까.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이하 '마녀체력 농구부')는 각양각색의 이유로 운동을 멀리했던 여성 연예인들의 생활체육 도전기다. 농구를 매개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체력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농구 도전기를 담았다.
수년 전 스포츠 예능이 크게 각광받았다. 특히 '우리 동네 예체능' '뭉쳐야 찬다' '뭉쳐야 쏜다' 등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예능이 최근 들어 여성으로 옮겨오면서 신선함까지 곁들였다. 대표적으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가 큰 흥행으로 시즌2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JTBC는 새 스포츠 예능 역대 최초로 여성 멤버들을 주축으로 한 농구 예능을 론칭했다. 주전 선수로 송은이 고수희 별 박선영 장도연 허니제이 옥자연 임수향 등 연예계 대표 8인이 나섰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마녀체력 농구부'는 '골때녀'와는 거리가 영 멀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골때녀'와 '마녀체력 농구부'의 차이점은 출연진의 마음가짐이다. '골때녀' 멤버들과 '농구부' 멤버들은 애초에 태도부터 다르다. 무릎을 다쳤던 주시은부터 손가락 부상을 입은 오정연까지 모든 멤버들이 투혼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마녀체력 농구부'는 어떨까. 제작진이 각본 없는 생생한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라면 연출은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일단 멤버들은 농구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전무하다. 제작진은 이를 감안해 평가전 대결로 유소녀 팀을 섭외했지만 멤버들은 농구 경기의 포지션도 룰도 전혀 알지 못한다. 민소매를 입고 나와 제작진에게 머리끈을 빌리는 허니제이와 패션쇼 콘셉트로 오해해 연습장에 코트를 입고 나타난 임수향의 성장기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의문이다. 허니제이가 농구 예능을 위해 8년 동안 계속 기른 채 손톱을 잘랐다는 점이 그나마 노력의 일환으로 포장됐다.
이는 '마녀체력 농구부' 멤버들의 잘못이 아니다. 멤버들 절반 이상이 소속사에 떠밀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솔직하게 밝힌 것으로 보아 제작진은 라인업을 꾸릴 때 운동에 대한 관심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양새다.
'골때녀'에선 모두가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안으면서 울고 웃는다. 그간 화려함으로 무장한 채 카메라 앞에 섰던 여성 연예인들의 낯선 얼굴이지만 오히려 더 보기 좋다. 여성들의 축구 입문을 장려하면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감독들의 태도도 딴판이다. '골때녀'의 이천수는 멤버들을 격려하고 승리에 대한 욕망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마녀체력 농구부'의 농구 감독 문경은, 코치 현주엽은 멤버들에 대한 아쉬움만 늘어놓을 뿐 이들에 대한 기대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평가전을 시작하기 전 룰을 자세하게 설명하긴커녕 "포지션이고 뭐고 (서열이) 높은 순서로 가자"면서 멤버들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일방적으로 말한다. '마녀체력 농구부'가 '골때녀'와 전혀 다른 대목이다.
시청자들이 스포츠 예능에 기대하는 건 승부다.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쾌감이다. 결과가 주는 짜릿함은 다음 이야기다. 물론 '마녀체력 농구부'가 초보들의 우당탕탕을 다루느라 초반 전개에 느슨함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중은 에스컬레이터식 성장 만화에 진부함을 느끼는 중이다. '마녀체력 농구부' 제작진이 여운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