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패륜 치닫는 단일화 책임 떠넘기기, 볼썽사납다

입력
2022.0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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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유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까칠했다. 안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와 관련한 윤 후보의 답변이 핵심을 벗어나자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못마땅한 심경을 표현했다. 토론이 끝난 뒤에도 “핀트를 못 잡고 있다" "깊이 고민을 안 한 것 같다”면서 윤 후보를 가장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의 앙금은 이처럼 TV토론에서 적나라하게 목격됐다.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뒤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은 두 후보의 마지막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양측이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다”며 결렬 책임을 안 후보 측에 돌렸다. 반면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사퇴설이나 경기지사 대가설, 선거비용 문제 등을 고의로 흘렸다며 “최악의 네거티브이고 마타도어"라고 반격했다. 양측 감정이 격화되면서 결렬된 단일화의 봉합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준석 대표의 패륜적 발언이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유세차 사고로 숨진 동지의 유지를 받들어 완주하겠다’는 안 후보를 겨냥해 “불시에 돌아가신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는가.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자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는가”라고 몰아붙였다. 논리적 정합성을 떠나 유세차 사고의 고인을 향한 심각한 명예훼손성 조롱이다. 단일화 결렬 책임을 떠넘기려다 금도를 넘어버린 발언에 대해 고인과 안 후보 측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패륜적 발언까지 등장한 단일화 결렬 책임공방은 정치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정권교체 표심을 잡겠다는 목표라면 선을 넘는 공방이 단일화의 입구마저 봉쇄하는 자해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야권이 다시 단일화의 불씨를 살리든 각자도생의 길을 가든 감정에 치우쳐 대선 판을 적대정치로 몰아넣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