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엔 맵고 안철수엔 따뜻... 이재명의 이중 전략, 왜?

입력
2022.0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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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엔 "당대표로 모시던 분"
심상정엔 "좌파적 관념 많은 분"

'심상정에겐 매섭게, 안철수에겐 따뜻하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대하는 모습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념·노선으로 따지자면, 이 후보는 안 후보보단 심 후보와 더 가깝다. 심 후보와는 거리를 두고 안 후보에겐 다가가는 이 후보의 속내는 뭘까.

"안철수, 내가 존경하는 분"

최근 이 후보의 발언을 보면, 안 후보와 '공통점 찾기'에 열심이다. 이 후보는 2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제가 한때 당대표로 모시던 분이라 제 나름대로 존경한다"며 안 후보를 치켜세웠다. 안 후보가 8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때 이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경기 성남시장이었다.

이 후보는 안 후보의 소신인 '다당제 전환을 통한 정치 교체'에도 적극 찬동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제가 평소에 말씀드리던 것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 후보를 "우리 안철수 후보님"이라 불렀다. 자신의 '통합정부 구상'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안 후보의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심상정과 나는 달라"

이 후보는 심 후보와는 '정체성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심 후보가 21일 TV토론에서 이 후보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를 부과해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개념) 공약을 지적한 것을 두고 이 후보는 22일 "심 후보가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달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심 후보가 발의한 '살찐 고양이법'(민간기업 임원의 급여를 최저임금의 30배 이내로 제한하는 법)을 "삼성전자 몰락법이자 중국이 좋아할 시진핑 미소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심상정에게 화 나서? 정권 심판론 벗으려고?

왜일까. ①우선 심 후보가 이 후보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TV토론에서 심 후보가 이 후보를 그렇게 공격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이 후보의 경제기조를 'MB 아바타 경제'(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라하는 경제 기조)라고 부른 건 심 후보가 과했다"며 "심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가 싶을 정도"라고 했다.

이 후보는 21일 TV토론에서 심 후보가 답변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자 "질문하셨잖아요, 참나"라고 불쾌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②이 후보의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상황을 이 후보가 정권 심판론의 족쇄에서 벗어날 기회로 보고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똘똘 뭉칠 수록 정권 심판 프레임이 부각돼 이 후보의 공간은 좁아지고 이 후보가 힘을 주는 '인물 대결' 구도가 흐려진다. 이에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틈을 벌리려고 안 후보에게 밀착한다는 것이다.

③민주당은 이 후보와 심 후보의 접점이 늘어나 대선이 '범진보 대 범보수'의 대결이 되면 불리하다고 본다. 중도층이 '정권 연장'보다 '정권 심판'으로 기운 만큼, 이 후보가 '진보'에 갇히면 중도층을 잃게 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진영 대결로 가면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40%의 지지밖에 얻지 못해 대선 승리를 확신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