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맞서 영토를 수호할 뜻을 명확히 했다. 전운이 고조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결사항전’의 뜻을 밝혔지만, 일부 친러 반군 점령지에서는 환호성이 들리는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들은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국영 우크라인폼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방송 대국민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다고 결정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을 진입시키라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보는 ‘민스크 협정’을 탈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우크라이나는) 가까운 장래에 닥칠 모든 일에 대비할 것이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선 러시아에 맞서 싸우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르템 이바스첸코(22)는 "2014년 고향(도네츠크주)을 떠나온 이후 접한 가장 겁나는 뉴스"라며 “난 이미 내 고향 일부를 잃었지만 (고향을) 지킬 것이다"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키예프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는 등 긴장한 모습이 포착됐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방위군을 거들자거나 군대를 위한 모금에 동참하자는 의견 등이 빗발쳤다.
이에 반해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이 거주하는 도네츠크주 중심부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호주 정부는 수도 키예프에서 서부 리비우로 옮겼던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으로 피신시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웃 국가들은 바짝 긴장한 채 대규모 난민 유입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폴란드가 최대 100만 명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호스텔, 기숙사, 스포츠시설 등에 수용할 계획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루시안 보데 루마니아 내무부 장관도 “우리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난민 캠프를 설치할 수 있는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로만 미쿨레츠 슬로바키아 내무부 장관도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