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의 첫 법정 대선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인신공격에 가까운 거친 설전을 벌였다. 당초 토론 주제였던 경제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두 후보 모두 네거티브 카드를 총동원해 격렬한 난타전을 벌였다. 최근 유세에서 서로를 향해 “주술공화국” “히틀러’' 등 격한 표현으로 발언 수위를 높여왔던 두 후보가 얼굴을 맞대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것이다.
토론 시작부터 발언 기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두 후보는 정치 보복, 대장동 개발비리, 법인카드 유용 등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끄집어내며 상대를 몰았다. 이 후보가 “민주주의 위기는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며 윤 후보의 정치 보복이 민주주의 위기를 부른다고 공박하자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및 경기지사 시절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반격했다.
대장동 의혹을 두고선 거짓말 공방도 벌어졌다. 이 후보는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김만배씨의 추가 녹취록 내용을 손팻말로 준비해 추궁하자 윤 후보는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만배가 한다는데 그 부분도 포함해 말씀해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라면서 “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냐”고 따졌다. 이 후보는 주로 윤 후보가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운 반면 윤 후보는 여러 차례 이 후보가 말과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거짓말 대 말바꾸기’라는 프레임 싸움이 가열된 것이다. 앞선 토론에선 배우자 의혹에 대해 두 후보 모두 가급적 자제했으나 이날은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선거 분위기가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여 우려스럽다. 특히 후보들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설전을 벌이는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유권자들이 더욱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