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유세 현장엔 ①오바마 ②런웨이③아이가 보인다

입력
2022.02.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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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은 ①패션쇼와 같은 런웨이 무대에서 ②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즉흥 연설을 하고 ③아이들을 포옹하는 장면으로 요약된다. 유권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연설에서 특정 표현을 반복해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가족적인 이미지까지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오바마처럼 특정 표현 반복하며 즉흥 연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윤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함께 전진합시다"라는 말로 연설을 끝맺고 있다. 이 표현은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 연설과 유사하다. 당시 오바마 후보 선거캠프의 슬로건은 '전진(Forward)'이었다. 윤 후보는 현장 유세에서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에 등장하는 핵심 단어들을 활용하면서도 내용의 70~80% 정도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즉흥 연설을 즐겼던 오바마와 비슷한 면이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윤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현해 왔다"며 "최근 연설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 후보의 국민의힘 당사 사무실 서가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 꽂혀 있다.

이달 초 AI(인공지능) 윤석열은 자신의 MBTI(성격유형 검사) 결과에 대해 'ENFJ(외향+직관+감정+판단)'로 소개하면서 "MBTI 유형에 버락 오바마님도 있다. 역시 타고난 대통령 감인가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T자형 무대서 유권자에게 다가서기

유세 무대 모양에도 의미가 담겼다. 윤 후보는 15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T자형의 무대에 올랐다. 통상적인 일(ㅡ)자형에 비해 T자형은 후보가 무대 주변을 에워싼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보가 세로로 돌출된 길을 따라 걸어 나오는 동선은 패션쇼나 콘서트장 무대와 유사하다.

최근 윤 후보 유세의 상징이 된 '어퍼컷 세리머니'도 T자형 무대에서 현장 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것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T자형 무대 설치가 어려울 경우엔 유세차 앞에 별도의 연단을 설치할 정도로 윤 후보와 유권자 사이의 스킨십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와 기념촬영 즐겨... 이미지 순화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아이들을 안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가족 같은 대통령'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실제 윤 후보는 바쁜 유세 일정을 소화하면서 현장을 이동하는 중에도 아이들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춘 채 말을 걸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이면서다. 이는 윤 후보에게 떠오르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순화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당사 외벽에 게시한 대형 현수막 디자인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넣기로 결정한 것도 윤 후보 본인이었다"고 소개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