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폭 올랐던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18%로 하락했다. 정부는 다시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선 정부 메시지와 정반대의 상황이 잇따라 벌어졌다.
재택치료자는 45만 명까지 치솟았고, 재택치료를 받던 생후 7개월 아이가 사망했다. 3월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7만 명까지 오를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절 독감', '일상회복' 같은 경각심을 떨어뜨릴 메시지를 내는 것보다는 허점이 드러난 재택치료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1일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21%에서 0.18%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절독감'과 비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계절독감의 치명률 0.05~0.1%의 두 배 정도이지만, 델타 변이 당시 계절독감의 8~9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6~29일까지 2주간 치명률을 따지면 0.13%이고, 50대 이하는 0%에 가깝다고 했다. 특히 "백신 3차 접종 완료자의 치명률은 계절독감 수준 이하로 떨어진다"고 설명하면서 "너무 과민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위중증 환자 수가 증가해도 치명률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희망적인 메시지는 일선 현장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날 정부가 밝힌 치명률은 1월까지의 수치다. 당시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 명 아래였고 위중증 환자 수도 200명대였다. 확진자 11만 명, 위중증 환자 수 500명을 바라보는 현 상황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인 셈이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480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는 이날 오후 9시까지 9만 7,935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4,675명 많다. 자정에 집계를 마감하는 점을 고려하면 22일에 발표될 신규 확진자는 10만 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고위험군인 요양병원·시설의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전주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재택치료 중인 7개월 된 신생아와 50대 남성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 영아의 경우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로 추정된 상태였고, 50대는 연락이 되지 않는 과정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게 중수본의 설명이다.
재택치료 역량이 늘어나는 확진자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사고다. 전문가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갈수록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나오면 다양한 사망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고위험군뿐 아니라 재택치료를 받는 집단에서도 사망자가 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재택치료 대응이 버거운 상황이라고 했다. 재택치료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46만9,384명으로, 20만 명을 넘긴 지 일주일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저녁시간 상담센터나 응급실을 많이 찾아 소아 전용 회선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소아 확진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낮아진 치명률과 달리 확진자 정점 예측은 한층 어두워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행 정점 시기는 2월 말에서 3월 중으로, 14만~27만 명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다만 "엔데믹(풍토병)화가 될 시기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의료 대응 시스템이 더 안정적으로 가면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이 좀 더 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증화율이 본격적으로 오를 시기인 만큼 더 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제 중환자가 증가할 시점이라 정점까지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며 "숫자로 확보된 병상과 실제 운영되는 건 차이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도 "응급실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우리가 (확진의) 양적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점이 되기 전에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