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집, '풀옵션 원룸'이 최선인가요?

입력
2022.02.20 16:00
21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서 '다음 세대를 위한 집' 개최
'원룸 원옵션' 주제로, 3월 27일까지 열려

'17㎡.'

17㎡, 약 5평은 서울시가 규정한 1인 가구의 최소 주거 면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권고 사항일 뿐이다. 국토교통부의 법적 기준은 이보다 작은 14㎡, 약 4평에 그친다. 주방, 침실, 화장실이 4, 5평에 뒤섞인 공간은 삶을 누리는 집이 아닌, '생존'을 위한 은신처로 전락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게 부동산 논리다. 다들 주머니 사정에 맞춰, 경제적 형편에 따라 주거지를 선택하는 것 아닌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 '다음 세대를 위한 집'은 이 명제에 균열을 낸다. 철저하게 공급자적 시각으로 짜여진 주택 시장을 향해, 수요자로서 질문을 던진다. 1인 가구를 위한 집은 지금의 원룸이 최선인가.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 등 전시에 참여한 5명의 작가는 '원룸 원옵션'이란 주제로 각기 하나의 새로운 옵션을 제시한다. 301호에서 305호까지 '냄새와 기억과 감정과 집(착착 건축사사무소)', '벽(스튜디오 프레그먼트)', '칸(그라운드 아키텍츠)', '접속(이엠에이 건축사사무소)', '선택권(서울소셜스탠다드)'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된 원룸들은 현재 1인 가구의 주거 환경을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을 모색한다.

환기, 공간 분리 등 원룸이 야기하는 생활의 불편함을 고민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301호는 후각, 냄새를 중심으로 집의 평면을 계획한다. 신발장 냄새, 음식 냄새, 습기 등이 뒤섞이지 않도록 세 단계(탈취, 제습, 공기 정화)의 완충 공간을 둔다. 302호는 회전하는 벽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낸다. 벽은 필요에 따라 공간을 경계 짓기도 하고 책상, 선반 등 다양한 용도의 가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작가들은 이외에도 △여러 칸으로 나뉘어진 공간을 통해 자신이 집에서 하는 행동과 공간의 쓰임을 능동적으로 정의(303호)하거나 △복도, 발코니, 현관의 경계를 유연하게 함으로써 1인 가구의 일상이 확장되고 타자와 접속할 수 있는 가능성(304호)을 보여준다. 이은경 이엠에이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풀옵션 원룸이라는, 내부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닫힌 구조에서 벗어나 이웃과의 접속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원룸은 주택의 기본 요소인 'LDK(거실, 식당, 주방)'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데서, 1인 주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거실, 식당, 발코니 등 거주자가 필요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장치(305호)를 마련한 소셜스탠다드의 김하나 대표는 "1인 가구 주거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집을 이행기적인 속성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라며 "잠시 머무르는 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거실이 없고, 화장실에 샤워기가 없고, 세탁기 놓을 자리가 없는 집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6년 27.9%(539만8,000가구)에서 2020년 31.7%(664만3,000가구)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혼, 고령화로 인한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게 원인이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 담론에 기반한 주택 공급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누구나 언젠가는 1인 가구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관람객은 현재 또는 미래의 자신을 전시 공간에 투영할 수 있다. 전시는 무료. 다음 달 27일까지 열린다.

송옥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