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대도시마다 노숙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체적인 노숙인 숫자는 줄었지만 각종 범죄 대응, 주민과의 마찰 해소, 주거복지 향상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코로나19가 미국을 덮치기 직전인 2020년 1월 기준 미국 내 노숙인은 58만46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노숙인 보호시설을 하루라도 거쳐간 노숙인은 35만4,386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공개한 2021년 보호시설 이용 노숙인 숫자는 32만6,126명. 1년 전에 비해 약 8% 줄어든 수치였다. 또 2010년에 비해서는 19%나 감소한 결과다. 다만 길거리나 폐쇄된 건물, 다리 밑 등에서 노숙하는 미국인 숫자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합치면 미국 전체 노숙인은 여전히 5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노숙인 대응책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미 뉴욕시는 18일 지하철 안전 회복을 위해 노숙인을 지하철에서 몰아내겠다고 발표했다. 지하철 좌석에 누워서 자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행위 등을 엄격하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조현병을 앓던 노숙인이 중국계 미국인 여성을 선로 위로 떠밀어 숨지게 하고, 지하철에서부터 따라온 노숙인이 한국계 여성을 집에서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결국 뉴욕시장과 경찰국장 등이 나서 정신건강에 문제 있는 노숙인을 진단해 본인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노숙인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권한을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테네시주(州) 내슈빌에서는 노숙인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지역 인근 한 주거단지에서 노숙인 민원 때문에 갈등이 빚어졌다고 미 폭스뉴스가 전했다. 일부 노숙인이 아파트 앞뜰에서 소변을 보고,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여성을 위협하는 일이 잦아져 항의 민원이 속출하며 지역 문제가 되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덧붙였다.
물론 노숙인 대책을 제대로 세워 평가를 받는 지역도 있다. 실리콘밸리를 품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2020년 이후 2년 만에 노숙자를 30%나 줄였다. 미 산호세 스포트라이트는 “임시 쉼터 수용력을 2배 늘리고, 주택 지원을 통해 2만 명을 수용하고, 노숙인 방지 프로그램을 확대해 연간 2,5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지난 1년 사이 미국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라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뮤리엘 바우저 시장이 취임한 뒤 노숙인 줄이기 대책 마련을 서둘렀고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노숙인 숫자는 2020년에 비해 19.9%가 줄었다.
미국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은 주는 뉴욕(7만6,051명), 캘리포니아(5만1,429명), 매사추세츠(1만3,944명), 플로리다(1만3,393명)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