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안 후보는 13일 여론조사 경선에 의한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가 18일 “어떤 풍파에도 굽히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하는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여론조사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 후보들은 선제적으로 승부수를 던지거나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 모두 계산된 행동이겠지만 지켜보는 유권자는 황망하다. 이미 후보 등록이 끝나고 선거가 고작 3주 남았는데 최종 선택지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니 농락당하는 느낌이다. 국민의힘은 명확히 입장을 밝히고 단일화 여부를 조속히 정리하기 바란다.
표면적으로는 안 후보가 선거운동원 사망으로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의힘 내에서 다자 대결을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줄곧 여론조사 대신 ‘후보끼리의 담판’을 주장해 왔고 안 후보에게 책임총리, 경기도지사, 차기 대선 후보 등 자리가 제안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동시에 단일화 언급 자체를 피하며 안 후보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말도 흘러나온다. 후보들은 유불리를 따져 결정하겠지만 최소한 유권자가 자기 표를 줄 최종 후보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우선 안 후보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윤 후보가 명확한 답변을 밝히고 단일화 결론을 내기 바란다. 이런 상태로는 선거 기간 동안 단일화에만 관심이 집중돼 마지막 남은 후보 검증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당장 21일 열릴 TV토론에 후보들이 모두 참석하는지, 그들의 공약과 토론을 귀담아들어야 하는지부터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정책이나 가치는 언급도 않은 채 야합하는 모양으로 시간만 끄는 것은 표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 투표일 직전까지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후보로서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