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버려지는 폐마스크 2,000만 개. 태우면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오고, 다 썩으려면 약 450년이 걸린다. 안전성 우려로 재활용이 어렵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쌓여 가는 폐마스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한 대학 동아리가 '폐마스크 재활용'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3년째 도전과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동아리 '마스크두잇(Mask Do It)팀'은 버려지는 마스크를 수거해 돋보기 안경과 그립톡으로 재탄생시켰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이들의 열정과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어 이뤄낼 수 있는 결과였다.
마스크두잇팀이 '폐마스크 재활용'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도전한 건 공모전이었다. 이 제안이 강원혁신포럼 지역문제해결 의제에 선발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석탄공사 등 강원도 내에 있는 세 곳의 공공기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21년 3월부터 시작된 마스크두잇 2기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조금 더 확대하고자 '행가래 강원'(원주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모임) 회의에 참석해 직접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마스크두잇의 팀장 김시현씨는 "목표, 성과, 예산 등 한마디로 1년 동안의 계획을 쭉 작성해서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총 9곳의 공공기관에서 지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사용량은 급증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하루 2,000만 개 이상의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다. 연간으로 셈하면 73억 개 이상이다. 현재 환경부 방침은 한 번 사용한 마스크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스크의 주원료로 알려진 '폴리프로필렌'은 소각할 경우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온다. 땅에 묻었을 때는 완전히 썩기까지 약 4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마스크의 재활용 가치는 높다. 폴리프로필렌의 특성상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생활용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마스크두잇팀이 원주시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부터 약 5개월간 수거한 폐마스크는 약 22,000장. 9개의 공공기관 1층에는 폐마스크 수거함이 설치됐다. 팀은 조를 나눠 점심시간에 공공기관 입구나 로비를 찾았다. 폐마스크 수거에 동참해 달라는 캠페인을 위해서였다. 직원들에게 소독제와 가위, 생분해 봉투를 나눠주며 마스크의 귀 끈과 노즈 와이어를 제거해 봉투에 담은 후 수거함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의 산학관, 원주시 아파트 1곳에서도 폐마스크를 수거했다. 김승현씨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기숙사나 교내 식당, 엘리베이터에 홍보 포스터를 붙였다. QR코드도 게시해 포스터에 없는 자세한 정보도 볼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 친구들한테 많이 알렸다. 카톡으로 마스크두잇의 영상도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수거한 폐마스크는 꼼꼼한 소독 과정을 거쳤다. 소독제를 이용해 수거 과정에서 2차 오염을 막았고, 수거된 마스크는 방역업체로 전해져 2차 소독을 진행했다. 이후 폐마스크는 플라스틱 가공 업체로 넘겨져 작은 알갱이 모양인 폴리프로필렌 '펠릿'으로 만들어졌다. 이 펠릿을 가공해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돋보기 안경'과 핸드폰 뒤에 부착가능한 '그립톡'이다.
김시현씨는 "마스크두잇 1기때 만들었던 터치프리키(손을 대지 않고 버튼이나 스위치를 누를 수 있는 위생용품)와 저희가 1차적으로 만든 그립톡 같은 경우에는 마스크를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실용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고 다시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을 돋보기 안경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안경을 만들기 위해서 모 안경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김승현씨는 "무작정 안경점 고객문의 게시판에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 글을 남겼다. 근데 하루도 안 돼서 안경점에서 연락이 와 흔쾌히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현재 만들어진 돋보기 안경은 주민센터를 통해 필요한 어르신들께 배부될 예정이다.
그러나 마스크두잇 3기의 활동은 불투명하다. 재활용에 가장 큰 장벽인 폐마스크의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시현씨는 "가공 펠릿은 검증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받았지만 수거 과정이나 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역 문제는 관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완전한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폐마스크를 펠릿으로 가공하는 업체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가공 업체들은 톤 단위로 마스크를 수거하는 반면 마스크두잇팀이 모은 마스크의 양은 60kg에 불과했다. 많은 업체들에 연락을 돌렸지만 단 한 곳만이 응답한 이유다. 김씨는 "학교 동아리와 지역 사회 수준으로 모을 수 있는 마스크의 양에 한계가 있었다. 방역을 고려해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대응책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폐마스크 재활용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감염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환경부는 "감염자와 비감염자 모두 마스크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추가 확산 우려 때문에 폐마스크 재활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와 환경문제를 놓을 수 없는 지역 사회와 민간에서는 폐마스크 재활용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만 해도 이달 초 버려지는 폐마스크를 의자나 반려동물용품으로 재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청사와 수지구 아파트 1곳 등 2곳에 수거함이 설치된 상태다. 14일에는 서울시의회도 폐마스크 재활용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크두잇에 참여했던 김승현씨는 폐마스크 재활용에 대해 "앞으로 계속 시도하고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더 나은 대안도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이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저는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