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매서운 정권 교체의 바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고 애써왔다.
1단계는 '정책 차별화'였다. ‘조국 사태’에 수차례 고개를 숙였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종부세 완화 등의 공약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또 신한울 원전 3ㆍ4호기 건설 중단을 재검토하겠다면서 탈원전 대신 ‘감(減)원전’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30%대에 갇히자 민주당은 '정치적 차별화'로 눈을 돌렸다. 2012년 대선에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대선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처럼 과감한 차별화로 돌파구를 찾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후보는 이달 3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인가"라는 질문에 "후계자가 아니다. 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 차별화 전략을 철회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부를 이어 4기 민주정부를 만들겠다”고 한 이후 노선을 바꾸었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7일 “퇴임 후 문 대통령을 지킬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했고, 곧바로 ‘친문’ 이낙연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나섰다. 이 위원장은 “경제 성장도, 복지도 민주당 정부가 잘했다”며 '문재인 정부 과오 반성'과는 다른 결의 메시지를 냈다.
이 후보도 달라졌다. “이재명은 문재인이 아니다”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 같은 발언은 쑥 들어갔다. “‘(현 정부와) 차별화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11일), “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14일)고 말하는 등 친문 지지층 구애에 적극적이다.
이 후보가 차별화 카드를 접은 이유는 무엇보다 차별화에 따른 득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6일 “2012년 대선 전부터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야당'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면서 "이 후보는 급하게 차별화를 하려다 보니 유권자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또한 강도 높은 차별화를 허용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문 대통령이 격노한 것을 계기로 여권이 총결집하면서 이 후보가 ‘문재인 지킴이’를 자처할 수밖에 없게 된 측면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는 중도층을 겨냥한 것인데, 중도층에 먹힐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 지지엔 미온적이었던 친문 유권자를 타기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 ①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을 키워 친문 진영을 결집하고 ②'통합'을 강조해 중도ㆍ부동층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윤 후보의 보수 지지층을 묶어 놓는 ‘반윤(反尹·반윤석열) 텐트’ 전략이다.
득표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친문 결집, 통합 정부 등을 앞세우면서 ‘이재명다움’이 사라지고 있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55~60%에 달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 지지층 40%를 결집하는 전략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이 후보가 차기 정부는 ‘문재인 시즌2’가 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호를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중도 확장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