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 쓴소리를 내왔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5일 한국을 찾았다. 열흘 가까이 머무를 예정인데,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 그간 지적해온 문제들을 재차 꺼내 정부를 압박할지 주목된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킨타나 보고관은 3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 수집 차 전날 한국에 도착했다. 킨타나 보고관의 방한은 2016년 임기 시작 후 7번째이자, 2019년 6월 방문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임기가 7월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 마지막 방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최영준 통일부 차관, 최종문 외교부 2차관과 면담했다. 통일부 면담에선 북한 내 인도적 상황,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이 논의됐다. 최영준 차관은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이 함께 진전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북한에 대화 호응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문 차관과 만나서는 임무 수행 6년 동안 진행된 북한 인권 관련 성과들을 놓고 평가를 공유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임기 종료 뒤에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구체적 언급은 공개되지 않아 정부가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북한 인권 이슈들에 관해 거듭 해결을 촉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킨타나 보고관은 그동안 현 정부를 여러 차례 곤란하게 했다.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겨냥해 줄곧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그 해 11월엔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남북한 모두에 서한을 보내 투명한 정보 제공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3월 UNHRC 회의를 앞두고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참여하라고 정부를 설득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한국은 2008~2018년 매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부터 3년 연속 이름을 올리지 않고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합의(컨센서스)에만 동참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 역시 “일관된 메시지”의 필요성을 이유로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이 밖에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부족 문제를 우려한 점으로 미뤄 인도적 지원 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킨타나 보고관은 23일 방한 결과를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방한 기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 사건의 피해자 가족과도 만난다. 19일에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최초로 강원 철원군의 남북한 접경지역도 방문할 계획이다. 남북한 군사적 대립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대북전단 살포가 실제 접경지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지를 검증하려는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