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달 24일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이후, 매주 2배 가까이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4주 동안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1만3,007명이던 확진자는 지난 15일 하루 동안 9만443명으로 약 7배로 늘었다. 16일 확진자도 오후 9시까지 9만228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간보다 5,114명 많은 수치다.
가장 큰 관심은 이 유행의 '정점'과 '규모'다. 오미크론을 먼저 경험한 해외 사례들을 보면 한 달여 만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일상회복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전문가들 역시 "정점을 확인한 뒤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 정부, 연구기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오미크론 대확산의 정점과 규모에 대한 예측은 제각기 다르다.
지금과 같은 더블링이 계속 이어진다면, 하루 확진자 규모가 다음 주엔 16만 명, 3월 첫째 주에는 27만 명 수준까지 치솟는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2월 말 13만~17만 명 수준'이란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 예상처럼 이번 대확산의 정점이 2월 말쯤일지도 불분명하다. 외국 사례를 보면 대확산에서 정점까지 대략 3,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감염자가 많았다. 강력한 억제 정책 때문에 감염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점을 찍는데 6~8주 정도 걸린다'는 예상도 나온다. 확진자 폭증세가 4주째란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3월 중순까지는 증가세가 이어지리란 예상이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추정이다. 연구소는 현재의 폭증세를 감안할 때 '2월 말 14만 명, 3월 초 36만 명'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자가 적다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하면 외국처럼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형태가 아닌 '정점이 한동안 유지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점은 3월 중순, 하루 확진자 수는 20만 명 수준이 주를 이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월 초 20만 명 수준에서 정점에 이른 뒤 한동안 확진자가 유지될 것"이라며 "인구의 절반이 감염돼야 정점에서 내려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숨은 감염자를 감안하면 20만 명 확진자 발생 시 실제 감염자는 100만 명에 이르고, 이 감염자 규모가 2,500만 명에 이르려면 3, 4주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확진자 그래프는 '첨탑'이 아니라 '고원' 형태를 띨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자연 면역을 얻은 사람이 적기 때문에 3월 한 달간은 유행 정점에 도달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확진자 규모는 20만 명 이상"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다만 "PCR 기반의 진단검사를 전제로 예측했기 때문에 실제 드러나는 수치는 예상치보다 적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같은 예측치는 '6인·9시'로 요약되는 현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됐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꾸만 '거리두기 완화'를 언급하는 정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한 비판론이 나온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KBS 긴급진단에 출연해 "성급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완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고려한다 해도 앞으로 2, 3주는 최대한 조심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