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일부 철군에도…바이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입력
2022.02.16 08:13
바이든 美 대통령 15일 대국민연설 "여전히 위협적"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여전히 높아"
"침공 시 경제 재재뿐 아니라 나토 주둔 병력 강화"
바이든 경고에도 미국과 유럽 증시 1~2%대 상승

미국이 지목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일(16일)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병력의 일부를 철수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 러시아군의 일부 병력 철수에 대해 “그것은 좋은 일일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그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며 침공은 명백히 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고, 우리는 침공 시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훈련하던 병력의 일부가 철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국방부도 대규모 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러시아군 일부 부대가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서면 합의에 이르기 위해 고위급 외교에서 외교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외교가 성공할 때까지 모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군축 조치와 투명성 제고 방안, 전략 안정 조치 등 미국이 제시한 협상 방안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유럽의 안보 환경을 수립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이들 조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러시아 등 모든 당사자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중단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기본적 원칙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는 자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갈 길을 설정하고 누구와 어울릴지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나토 개방 원칙을 고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제재도 거듭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이는 명분과 이유가 없는 전쟁”이라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를 거론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이를 통한 가스 수송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또 “미국은 나토 영토 전부를 전력으로 보호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나토 내 주둔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일부 철군 소식에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전일보다 2.53% 오르는 등 이날 미국 뉴욕 증시 3대지수는 모두 1~2%대 상승 마감했다. 독일(1.98%), 영국(1.03%), 프랑스(1.86%) 등 유럽 증시도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에 일제히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3%이상 떨어졌다. 미국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55% 급락해 배럴당 92.07달러를 기록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