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장 연임 문제를 둘러싼 노조의 거센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다.
15일 원자력연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부 등에 따르면 다음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원석 원장이 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 측이 강력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2019년 취임한 박 원장은 최근 기관 운영평가에서 '우수'를 받아 연임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 출연연구연구원 기관장 연임을 위해선 원래 최상위 등급을 받아야 했지만 정부가 지난해 '우수'를 받아도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이 연임 조건은 갖췄지만 노조가 강력 반대하고 있어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반영한 원장 선출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반대 목소리가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원자력연 내부에선 박 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
노조가 지난해 12월 16~19일 노조원 1,1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결과 응답한 640명(53.9%) 가운데 615명(96.1%)이 박 원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3년간 경영평가 점수는 450명(70.3%)가 최하위인 D등급을, 133명(20.8%)가 C등급을 줬다. 긍정평가는 S등급 14명(2.2%), A등급 8명(1.3%)에 그쳤다.
노조원 602명(94.0%)은 원장의 '불통'을 지적했다. 331명은 현 원장 임기 동안 직장 내 괴롭힘 등 갑질이 늘었다고 답변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 지난해 말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 등에서 연임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오는 16일 낮 12시에는 연구원 정문 주차장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연임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원자력연 내부에선 앞서 박 원장 취임 이듬해인 2020년 10월 경주 감포 분원 설립, TM(Technical Memo·기술메모) 제도 도입 등의 과정에서 구성원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원장 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형규 노조 원자력연 지부장은 "박 원장이 재임 2년이 넘도록 소통 부재, 독선적 경영으로 연구 자율성을 침해되고 연구환경은 황폐해졌다"며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지난해 6월 이후 조금씩 소통을 해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는 게 노조원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이어 "박 원장은 연임 신청을 하지 말고 연구원 경영을 정상으로 되돌린 뒤 잔여 임기를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박 원장의 경영 노력을 지나치게 폄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원자력연 한 관계자는 "구성원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측면은 있겠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방침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숙원사업인 감포 연구소를 추진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 측은 "좀 더 폭넓은 소통을 하라는 구성원들의 무거운 요구로 생각한다"며 "남은 임기 동안 미래 비전과 변화상에 대한 내부 공감대 확보를 위해 직원·노조와 소통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폐물 무단폐기와 부실관리, 전임 원장 중도 사퇴 등 기관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취임해 연구생산성과 조직경쟁력을 높이려고 혁신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현재 국가과학기술회에서 연임의사를 통보하라는 공문이 없고, 원장도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