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고령자 계속고용제’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다음 달쯤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는 기업에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의무를 지우면서 재고용ㆍ정년연장ㆍ정년폐지 등을 선택하게 하는 제도. 2년 전 정년연장에 대해 운만 띄웠던 정부는 이번에 초기 논의의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 정부가 정년연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건 생산인구(25~59세) 급감 때문이다. 2028년이면 전체 인구 중 생산인구 비중은 절반 이하로 줄고 2031년이 되면 2021년보다 생산인구가 315만 명 정도 줄어든다. 앞으로 10년 사이에 부산인구만큼 생산인구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구절벽을 막을 요술방망이는 없다. 서유럽처럼 이민을 대거 받아들이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두 가지 이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인구학자들은 잘라 말한다.
□ 2013년 정치권이 60세 정년을 법제화(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할 때 팽팽히 맞선 집단은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을 바라는 노동계와 임금삭감이 정년연장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경영계였다. 동상이몽의 노사가 옥신각신 다툰 결과는 정년연장에 앞서 ‘임금체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애매한 타협이었다. 생산인구 유지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핵심 갈등 양상은 바뀌었다.
□ 민간분야에서 정년연장 수혜자의 1명 증가가 청년층 고용을 0.2명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방증(한요셉 KDI 연구위원ㆍ2020년)하듯 고령자 계속고용제 논의는 시작부터 청년세대의 격한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세대는 외국인에게 가장 배타적인 세대집단(18~29세 난민 반대 65%, 유엔난민기구ㆍ2020년)이기도 하다. 정년연장이 됐건 이민확대가 됐건 청년세대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이 문제 해결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외국인들과의 연대보다는 '정년연장'이라는 세대 간 합의가 더 현실성이 높아 보인다. 사정은 이런데 젊은이들을 설득하고 기성세대의 양보를 이끌어낼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고 젊은이들 성별 갈라치기에 재미들린 정치인만 보인다. 정년연장 논의의 길이 험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