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덩달아 긴장하는 건 대만이다. 러시아 못지않은 중국의 군사위협을 감안하면 언제든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담할 총통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의 과도한 반응이 못마땅하다.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인 탓에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대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여차하면 개입할 것이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중국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급진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 문제가 서로 연동돼 있다는 것이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도 12일 “우크라이나 정세에 서구 국가들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사방으로 러시아군의 공격 루트가 뚫려 있다. 해협으로 인해 중국과 130㎞ 떨어진 대만과 지형이 다르다. 중국은 1996년 대만 근처로 미사일을 쏘면서도 실제 무력충돌은 자제했다. 미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이안 이스턴 박사는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려면 상륙함 1만 척, 병력 45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며 “양측에서 2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럼에도 대만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남 일’ 같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대를 유럽으로 배치하는 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전 세계에 병력을 분산 배치할 여력이 없는 반면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중국은 점점 호전적으로 변해 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79년 ‘대만관계법’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이 대만 방어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을 뿐 미군의 군사 개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만은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기억이 씁쓸하다. 퀘이보 황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에 “아프간에서 발을 뺀 미국이 또 다른 동맹을 버릴지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런 우려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대만 양쪽 모두의 안보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셈이다.
대만 총통부는 “대만 해협 정세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다. 또한 “모든 군부대가 우크라이나와 대만 해협 동향을 주시하고 정보감시를 강화하며 전투 태세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39대의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올 들어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대만 정부가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며 ‘안보 마케팅’으로 폄하했다. 신랑차이징 등 중국 매체들은 14일 “잘못된 정보로 민심을 유도하는 대만 당국의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빈번하게 위기를 고조시켜 대만 해협의 정세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축제 기간 우크라이나 사태가 마뜩잖은 상황에서 대만까지 가세해 장단을 맞추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격한 반응은 삼가면서도 대만에 대한 영향력과 힘의 우위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외부와 결탁해 긴장을 조성하고 도발을 꾀하려는 어떠한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