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와 싸우다 벼락스타... 로몬 "이젠 저도 연예인 된 것 같아요"

입력
2022.0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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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수혁 역의 로몬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크게 늘어나니까 ‘나도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지금 우리 학교는’ 공개 전만 해도 25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400만 명으로 늘었어요. 팔로어 느는 속도와 주위의 관심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좀비 호러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배우 로몬(23)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10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그는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 출연이) 제겐 선물 같고 꿈같다”면서 “공개 후 세계 1위에 오르면서 함께 연기한 배우들끼리도 ‘우리 이제 연예인 된 것 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나눴다”고 했다.

로몬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한때는 일진이었으나 마음을 다잡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고교생 이수혁 역을 맡았다. 수혁은 다분히 만화 같은 전형적 캐릭터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에 선하고 이타적이며 과묵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싸움과 운동을 잘하고 리더십과 의협심까지 갖췄다.

그는 또 다른 주인공인 청산 역의 윤찬영과 함께 액션 연기를 도맡아 했다. 친구들을 지키는 수호자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7~8㎏ 늘렸다는 그는 “촬영 3개월 전부터 개별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 한편 매일 10㎞ 정도 뛰고 발차기 연습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번갈아 가며 했다”고 설명했다.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은 아닌데 타고난 승부욕이 있어서 잘하려 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운동도 남들과 함께하는 구기 종목보다는 혼자 하는 운동이거든요. 수혁은 맞는 것보다 때리는 게 많은 인물이어서 액션 연기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어느 정도는 접촉이 있어야 하니 정말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한국인 아버지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후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비보잉에 빠져 아이돌 가수를 꿈꾸기도 했다. 노래에 소질이 없어 진로를 연기자로 전향한 뒤엔 박솔로몬이라는 본명으로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배우로서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영화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2016)와 MBC 드라마 ‘파수꾼’, 웹드라마 ‘복수노트’ ‘외모지상주의’ 등에 출연하며 연기를 익혔다. 큰 규모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땐 양궁부 민재 정도의 역할을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제 성격이나 성향과 맞는 캐릭터로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로몬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 졸업장 같은 작품이다. 그는 “촬영할 땐 일하러 간다기보다 매일 등교해서 친구들과 스태프분들과 어떤 추억을 쌓을까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했다”며 “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마치고 나니 마치 하버드 같은 명문대를 나온 듯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로몬은 현재 차기작으로 드라마 ‘3인칭 복수’를 찍고 있다. 쌍둥이 오빠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오빠가 다녔던 학교에 전학해 간 고교생의 이야기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연기의 태도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어진 일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배우가 되려고 합니다. 이병헌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성격이 소심하고 남들보다 한 발짝 느립니다. 조금 천천히 가지만 꾸준히 가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앞으로 5년, 10년, 20년 뒤엔 더욱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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