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 배달 앱 수수료 부담, 원부자재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점주들 상황에 공감했기 때문에...” (2021년 12월 13일 bhc 보도자료)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지난해 12월 20일 소비자 가격을 평균 7.8% 올리면서 ‘가맹점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bhc는 뿌링클 콤보(1만8,000원→2만 원), 맛초킹 콤보(1만8,000원→2만 원)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렸다. 점주들이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bhc의 설명은 사실일까. bhc가 지난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무려 32.5%에 달했다. 30%대 이익률은 '도소매 유통업'으로 분류되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비현실적인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bhc는 지난해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무려 7번이나 올렸던 것으로 한국일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가맹본부(본사)가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가맹점주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원부자재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 점주들 부담을 크게 늘린 것이다.
이 회사는 특히 소비자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가맹점 공급가까지 올렸다. 지난해 12월 14일 bhc는 전국 가맹점에 ‘공급가 조정 안내의 건’을 공지했다. 치킨무와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양념소스 등 점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핵심 품목들의 공급가를 최대 14.5%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총 51개 품목에 평균 인상 폭은 6.8%에 달한다.
bhc는 점주들에게 “원부자재 인상, 환율 상승, 인건비와 해상 운임비 상승 등 대외적인 상황으로 본사에서 가맹점에 판매하는 공급가격 인상 요소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공급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 위해 방어했지만, 본사에서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공급가를 조정한다”고 알렸다.
bhc가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지난 1년간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한 bhc 본사의 원부자재 가격 인상은 너무 잦았다. 공급가를 아예 올리지 않았던 BBQ와 한 차례만 인상했던 교촌과 달리 bhc는 7번이나 가격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bhc는 지난해 △3월 양념소스, 피자품목 △4월 신선북채, 마요네즈, 케첩 △5월 박스, 트레이류 △6월 피자박스 △9월 고구마샐러드 등 △10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포테이토샐러드 등의 공급가격을 올렸다. 해당 제품들은 bhc 본사가 ‘구매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가맹점 입장에선 아무리 비싸도 본사를 통해서만 사야 한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원부자재 가격을 또 올린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한 다른 업체 사례만 보더라도, 가격 조정은 보통 1년에 한 번 전체적으로 하게 된다”며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업체라면 원부자재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주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bhc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할 때 기준이 되는 신선육 가격대를 조정해, 사실상 가격을 올려버렸다. bhc 본사는 육계협회가 정한 생계 시세를 기준으로 가맹점 판매가 범위를 정한다. 생계 시세가 1,600원이면 가맹점에는 가공된 닭을 5,200원에 파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는 가맹점 판매가를 5,500원이 되도록 범위를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낸 셈이다. 전달에는 가격 조정을 통해 이미 북채(다리, 날개) 가격을 한 봉(5㎏)당 1,500원씩 올렸다.
bhc는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생계 가격을 올릴 때마다 닭 공급사가 판매하는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축산물식품품질평가원에 신고된 '닭 공급사가 치킨 프랜차이즈에 판매하는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bhc가 원부자재를 가맹점에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본사 마진율을 양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은 공급계약을 한 협력업체로부터 물건을 싸게 들여와 가맹점에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도소매 유통업’이다. bhc는 최근 5년간 본사의 유통 마진율을 뜻하는 매출총이익률이 업계 최고 수준인 41%에 달해, 경쟁 3사(교촌·BBQ·굽네) 평균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았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bhc가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본사 이익만을 생각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고 수준인데도 가맹점 공급가를 이렇게 자주 올리는 것은 본사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상당 부분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bhc가 본사 마진율을 조금이라도 양보한다면 가격 인상 없이도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