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또 한 번 ‘전화 담판’을 갖는다. 지난해 12월 30일 통화한 이후 한 달 반 만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재차 경고하고 각국이 우크라이나 체류 자국민 철수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긴장 완화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은 11일 양국 정상이 12일 전화 통화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초 러시아는 14일 전화 회담을 원했지만 미국이 12일로 앞당기자고 제안해 이번 통화가 성사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도 50분간 통화하며 “단호한 대응” “관계 파열” 등 거침없는 설전을 벌였다. 당시에는 서방과 러시아 간 세 차례 릴레이 협상을 앞두고 상대방 의중을 살펴보는 탐색전이었다면, 지금은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인근에 병력을 총집결한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층 위중하다.
이미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는 10일부터 열흘간 벨라루스 군대와 대규모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에서도 해군 병력이 훈련 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우크라이나 인근 동유럽 회원국에 전투기와 군함, 지상군을 증원 배치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쟁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미국도 이달 초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미군 병력 3,000명을 급파한 데 이어 11일에도 폴란드에 미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 3,000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하는 등 동유럽 전력 보강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지금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달 20일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침공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에게 48시간 안에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네덜란드, 라트비아, 뉴질랜드 정부도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상태다.
이번 미ㆍ러 정상 간 담판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단초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양측 간 무력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아직은 양측 모두 외교적 해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최후까지 대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줄기차게 부인하며 서방에 나토 동진(東進)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하루 앞둔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정상들과 유럽이사회, 유럽위원회, 나토 등 국제기구 수장들과 화상 회담도 가졌다. 이들은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부과를 비롯한 전쟁 억제 방안을 논의하고 외교적 해결책 모색을 지속해 나가기로 거듭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