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은메달' 뒤 눈물 보인 최민정 향해 누리꾼들 "울지마요. 내 마음 속 1위"

입력
2022.02.12 14:00
'빛나는 은메달' 안겨준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2위 기록
울음 그치지 못하며 아쉬움 드러내기도 
팬들 "부담감 이겨내고 멋진 경기 보여줘 고마워"

최민정(성남시청·24)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받은 황대헌을 이어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두 번째 메달이다. 경기 이후 최민정은 많은 눈물을 보였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그의 멋진 레이스에 박수를쳤고, 그의 뜨거운 눈물에 응원을 보냈다.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공감이 담겨있는 응원이었다.


눈물 흘리며 "다음 경기 기대해 달라"는 차분함 유지

경기 초반 뒤쪽에 위치해 있던 최민정은 두 바퀴를 남기고 추월을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온 힘을 다했고 '세계 1위' 쉬자너 스훨팅(네덜란드) 선수와 발 내밀기 경쟁까지 펼쳤지만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최민정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나서 우는 것 같다"며 "엄마와 언니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남은 종목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최민정의 우는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당신은 세계 최고다. 은메달 너무 축하한다"(aamu****), "마음 찢어진다. 울지마요. 당신은 제 마음속 1위입니다"(uuu****), "최민정 선수님 그동안 짊어진 기대와 부담감 이겨내고 정말 값지고 멋진 경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경기 부상 없이 무사히 해내셨으면 좋겠습니다"(bora_go******)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반려견 '옹심이' 보며 힘낸 최민정

"웃을 수 있는 올림픽이 되면 좋겠어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최민정이 한 말이다.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얼음공주라 불리기도 하는 그는 이번 경기에서 뜨거운 눈물을 연신 흘렸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쇼트트랙 선배인 KBS 진선유 해설위원은 "제가 아는 최민정 선수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해설 도중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민정은 1,000m 경기를 마친 이후 인터뷰에서 '엄마'와 '언니'를 언급했다. 힘든 훈련을 버텨내야 하는 최민정에게 가족은 큰 의미였으리라 짐작한다. 최민정의 어머니는 "원래는 방긋 방긋 잘 웃었는데 운동이 워낙 힘들다보니 웃음이 없어진 것 같다"며 "그래도 집에 오면 많이 내려 놓는 것 같다. 얼음 위에서는 늘상 긴장을 하는데 집에서는 철부지 같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자신이 살가운 성격은 아니라면서도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며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민정에게는 동생도 있다. 바로 반려견 '옹심이'다. 최민정은 SNS에서 "옹심이가 보고싶다"며 훈련 중 그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민정에게 이번 은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가 있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최민정은 7일 있었던 500m 준준결승 경기에서 넘어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5일 출전했던 혼성 계주에서도 예선 탈락을 맛봤다. 경기 후 최민정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기대가 컸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인터뷰에서 "어제 넘어졌다고 해서 4년 동안 준비한게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메달에 대한 강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림픽 1,000m 경기에서 최민정은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인 그는 2018 평창올림픽 당시에는 여자 1,500m와 3,000m 계주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다. 1,000m 경기에서도 결선에 올랐지만 심석희와 부딪히며 함께 넘어져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심석희의 고의 충돌 의혹이 불거졌고 대한체육회 진상 조사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최민정에겐 잊을 수 없는 악재였다.


얼음공주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민정이 은빛 레이스를 보여주며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남자 대표팀 황대헌의 1,500m 금메달에 이어 두 개의 메달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 최민정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13일에 열릴 3,000m 여자 계주 결승전과 16일 여자 1,500m 경기가 남아있다. 특히 3,000m 준결승 마지막 주자였던 최민정은 3위로 떨어진 대한민국 대표팀을 막판 질주로 2위로 끌어올려 결승 진출을 만들어냈다. '에이스' 최민정이 은메달을 이어 대한민국 쇼트트랙에 금빛 메달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세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