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전 강화’로 유턴... 마크롱 “2050년까지 신규 원전 최대 14기 건설”

입력
2022.02.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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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건설 등에 500억 유로 투입
2011년  日 원전사고 때 '탈원전' 굳혔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4월 대선 의식 행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50년까지 최대 14기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탈원전’ 기조에서 ‘원전 강화’로 회귀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원전 건설 및 투자에 68조원 투입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북동부 벨포르의 원자력 발전 시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필요한 것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재탄생이다”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왔다”며 대대적인 원전 투자도 약속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500억 유로(약 68조 원)를 투입해 프랑스전력공사(EDF)가 개발한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6기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연구개발에 투자해 2030년까지 새로운 원전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 이하의 소규모 원전이다. 기존 대형 원전의 사고 위험 가능성과 막대한 비용과 폐기물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에너지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고 있다. 신규 원전 공사는 2028년 시작해 2035년 첫 번째 신규 원전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번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앞서 점진적 탈원전 기조였던 기존 에너지 정책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원전 비중을 50%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은 70%에 달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프랑스 전역 원전 56기 중 노후한 원전 10여 기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등 유럽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흐름을 지속해왔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원전 사업에 뒤처졌다”며 “원전에 등을 돌리는 급진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대비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 르네상스’는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이다.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고 탄소배출이 적은 원전을 통해 온실가스 순배출량 ‘0’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재생에너지 투자도 늘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10배 확대하고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50곳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원전 강화를 통해 유럽 에너지 위기를 해소하고, 두 달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월 프랑스 대선에서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원전 투자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마크롱의 원전 사업 구상이 나왔다”며 “녹색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자가 원전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전 사업은 프랑스 내 약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됐다.

원전 폐기물 문제 등 논란

하지만 녹색당 등 환경단체 반발이 거센 데다 막대한 건설 비용 등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니콜라스 네이스 에너지정책 담당자는 “앞으로 원전이 생산할 치명적인 폐기물 처리 문제를 프랑스가 떠안아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 없이 대통령 후보자가 기회주의적 선언을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번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프랑스 북서부 플라망빌에 짓고 있는 원전은 2012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잇따른 사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비도 당초 30억 유로에서 120억 유로로 4배나 급증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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