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또다시 길고양이 학대 인증글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가 살아 있는 길고양이를 철제 포획틀에 가둔 채 불에 태우는 영상을 올린 것이다. 7개월 전에도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이용자가 생후 3개월령 고양이 두 마리를 감금·학대한 끝에 한 마리를 폐사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발 학대범죄가 잇따르자 동물권단체를 중심으로 "학대범에 대한 엄중한 수사는 물론이고, 학대글을 방치하는 커뮤니티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이 나왔다.
12일 카라 등 동물권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는 길고양이를 산 채로 태우는 영상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이튿날 "포획틀에서 고양이가 탈출을 시도했다"며 얼굴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사진을 올렸다.
작성자는 다른 이용자들이 '퍼 온 영상 아니냐'고 의심하자 자신이 직접 촬영한 것이 맞다며 영상 정보가 나오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캡처해 학대 행위를 인증하기까지 했다.
또 '야옹이 갤러리를 폐쇄하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개수만큼 길고양이들을 불에 태울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 다른 이용자들이 학대글을 신고하자 작성자는 아이피 변환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며 신고자들을 조롱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9일 영상 속 행위가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정식수사로 전환했다. 이달 초부터 경찰 민원포털과 국민신문고를 통해 다량의 민원이 접수됐고, 동물권단체 90여곳의 고발에 따른 조치다. 경찰에 접수된 민원은 약 65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 마포경찰서 등 각지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강남경찰서가 병합 수사 중이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지난해 7월에도 길고양이를 감금,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 이용자가 생후 3개월령 된 고양이 두 마리를 구타하고 물에 빠뜨리는 행위를 매일 기록하듯 게시해 논란이 됐다. 작성자는 그중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사실까지 인증했다.
해당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학대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25만여 명이 동의했다. 정부는 당시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결국 정부의 답변은 형식에 그친 셈이다.
논란이 일자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는 폐쇄됐지만 혐오는 야옹이 갤러리로 옮겨 갔다. 야옹이 갤러리에는 '길고양이 방한집을 벽돌로 부쉈다'는 인증 사진, '고양이를 괴롭히기 위해 새총을 샀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 길고양이 돌보미(캣맘) 혐오도 자행됐다. 심지어 고양이 돌보미의 거주지와 신상정보를 파헤치는 행위가 스스럼없이 벌어졌다.
'혐오 발언이 혐오 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야옹이 갤러리 폐쇄'를 요구한 청원인은 "갤러리 이용자들은 학대 영상이 업로드될 때마다 서로 추천하고 칭찬하면서 더 잔인한 학대를 독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갤러리가 폐쇄된 이후 타 갤러리로 이동해 같은 학대를 반복할 수 없도록,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불법 공유할 수 없도록 방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카라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런 상황에서도 디시인사이드는 학대 사진이나 영상이 포함된 게시글이나 학대를 조장하는 글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도 9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당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식을 공유하는 공간이, 이제는 동물 학대 및 혐오자들이 폭력적인 글과 영상을 올리며 학대를 조장하는 곳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케어는 "디시인사이드가 이런 글을 왜 오래 방치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이 공간이 계속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디시인사이드 측에 공간을 폐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어는 현재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1,000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야옹이 갤러리 폐쇄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엔 11일 오후 7시까지 12만6,000여 명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