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면 아프리카 사바나를 표현한 웅장한 무대가 관객을 압도한다. 200여 개의 동물 마스크와 퍼펫(꼭두각시 인형)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움직임에 감탄할 때쯤 익숙한 선율의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개막 지연 등의 우여곡절을 겪고,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뮤지컬 '라이온 킹'은 그렇게 한국 관객의 마음을 다시 빼앗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최고 흥행작으로 불리는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는 거대한 무대 장치에서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공연을 위해 옮겨야 하는 장비와 이동하는 인력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것과 같다"는 관계자의 말이 이해가 가는 규모다. 아프리카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게 이끄는 요소도 있다. 바로 스와힐리어 등 6개 아프리카 언어가 포함된 대사와 아프리카 전통 악기로 연주한 음악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전 대륙의 '라이온 킹' 무대에서 열연했던 베테랑 배우들이 참여해 연기의 감동도 더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없는 뮤지컬 '라이온 킹'만의 강점은 인간적 감정 표현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마스크와 퍼펫을 착용하고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면서 표정과 대사로 인간적 감정까지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스카 역의 안토니 로렌스는 "사자와 인간 모습의 균형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영상을 보며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움직이는 마스크의 눈이 바라보는 곳과 내가 보는 곳이 일치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고 전했다.
한국 관객을 위한 '깜짝 선물'도 마련됐다. 수다쟁이 코뿔새 자주는 '동대문 시장' '대박' 같은 한국어 대사를 하고, 민요 '아리랑'도 부른다. 이런 한국화에 객석에선 웃음이 더 크게 터진다.
2018~19년 국내 초연 세계 투어 이후 다시 한국을 찾은 출연진도 공동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현했다. 이번 공연에서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선보인 아만다 쿠네네(닐라 역)는 "3년 전에 앞 열 관객 분들이 손가락 하트를 많이 해줘, (이번에는) 환호에 대한 보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데이션 영(심바 역)은 "한국 관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 관람 소감 등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24년간 유지한 작품의 인기엔 감동적 메시지가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처음과 마지막 장면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생명의 순환'은 '라이온 킹'을 관통하는 주제다. 개코원숭이 주술사인 라피키를 14년간 연기한 푸티 무쏭고는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겪는데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삶의 순환이 계속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로렌스는 '과거는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도망칠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다'는 라피키의 대사를 '라이온 킹'의 화두로 꼽았다.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월 18일까지 열린 후 4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