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후보들이 일제히 과학기술을 책임질 새로운 기관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매 선거마다 비슷한 공약이 반복돼온 만큼 '신선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총)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차례로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각자의 과학기술 공약을 설명했다. 토론회는 한국과총을 비롯한 과학기술단체 30여 곳의 요청으로 지난달 19일과 27일, 이달 8일 세 차례 열렸으며, 10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참석한다.
앞서 세 후보가 일제히 내건 공약은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세우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7대 공약'을 앞세운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 혁신 부총리제를 도입해 국가 과학기술 혁신 전략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획과 예산 권한을 대폭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 부총리를 신설해 컨트롤타워로 삼고, 청와대에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둬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 만들겠다"며 1호 공약으로 내놓은 '5-5-5 전략(5가지 초격차 과학기술로 5개 글로벌 대기업 만들어 5대 경제강국에 진입한다)'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5대 공약'을 제시한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과학기술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문가들을 정부부처 고위직에 중용해 국정 주요 의사 결정에 과학이 중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정치와 과학을 분리하고,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한 연구체제를 구축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부처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4차산업혁명'이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키워드였고, 이에 따라 교육과 일자리, 창업 관련 공약이 주목받으면서 과학이 직접 조명받지는 못했다"며 "이번에는 우주기술이나 탄소중립, 원전, 기술패권 등이 주요 정책으로 언급되는 만큼 5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동소이한 세 후보의 정책 모두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제도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각 후보의 과제가 된 셈이다. 예를 들어 이 후보와 안 후보가 주장한 과학기술 부총리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신설돼 당시 과학기술부장관이 겸직하는 형태로 유지됐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된 제도다. 3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단 두 명의 부총리만 배출하고 사라진 데다 자체 예산권이 없어 당시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후보가 주장한 과학기술위원회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성격이 비슷하다. 1991년 설립돼 대통령을 의장으로, 장관급을 부의장으로 두고 각계 민간 전문가 등이 자문을 맡고 있는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자문회의에 의장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우가 적었고, 정책 자문을 하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