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인류가 봤다" 쇼트트랙 '편파 판정' 스포츠재판소에 넘기기로

입력
2022.02.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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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근 선수단장, 베이징서 긴급 기자회견
"선수들의 4년 청춘, 지켜내지 못해 죄송"
최용구 국제심판 "실격 아니다" 단언
"오심 계속되면 고의…결승 판결도 문제 있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나온 편파적 판정과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결정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즉각 항의 서한을 발송하는 한편 베이징에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8일 중국 베이징의 올림픽 미디어센터(MM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의 오랜 꿈과 염원을 지켜내지 못하고, 쇼트트랙 선수들의 4년이라는 청춘을 지켜내지 못해 선수단 대표인 단장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레인 변경 때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했다. 결승전에서도 헝가리 선수가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으나 역시 실격을 당하며 중국 선수가 금메달,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의 심판장은 영국 출신 피터 워스 ISU 심판위원이었다.

이에 대해 윤 단장은 실격 판정이 부당했다고 지적하면서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담보돼야 한다. 그래야 스포츠를 통해 인류가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심판은 현장에 있는 3명의 심판이 전부가 아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모두가 심판이다. 80억 인류가 심판했으리라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선수단을 귀국시키는 등 대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남은 경기가 더 많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고,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더 열심히 뛰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ISU 국제심판)은 해당 판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 단장은 "코너 입구에서 황대헌 앞에 공간이 있었고, 충돌 없이 무리 없이 들어가 맨 앞으로 나섰다. 이때 중국 선수(런쯔웨이)가 코너를 넓게(바깥쪽으로) 돌다가 뒤에 있던 중국 선수(리원룽)와 충돌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황대헌은 (중국 선수와) 접촉이 없었다"며 "뒤늦은 부정 추월로 인해 접촉이 있으면 실격 판정이 내려질 수 있겠지만, 황대헌은 접촉이 전혀 없었기에 실격이 돼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서에게 부여된 페널티도 문제가 있다고 최 단장은 봤다. 그는 "이준서는 정상적으로 인코스로 추월해 2위 자리에 있었다. 4위에 있던 중국 선수(우다징)가 3위에 있던 헝가리 선수(사오앙 류) 엉덩이에 손을 데 중심이 흔들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이준서와 충돌(접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준서와 사오앙 류 사이가 아니라, 사오앙 류와 우다징 간에 페널티 여부를 따져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승전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딴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결승전에서는 출전 선수 5명 모두에게 실격 사항이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결승선 통과 장면에서) 헝가리 선수(사올린 샨도르 류)는 팔을 벌렸고, 중국(런쯔웨이)은 양손을 이용해 (사올린 샨도르 류를) 잡아당겼다. 헝가리가 실격된 부분은 심판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단장은 "오심은 한 번으로 족하다. 한 번 이상은 오심이 아니다. 고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판은 경기의 조력자다.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심판이 경기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편파 판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기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제대로 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항의가 있기도 했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