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제도 개편 후 지난 1년간 검찰의 직접수사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형 비리 등 6대 중요범죄로 수사 범위가 제한됨에 따라 검찰이 경찰 등을 상대로 한 사법통제 역할에 보다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새로운 형사제도 하에서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뒤 여죄나 공범이 드러나도 직접수사 제한에 따라 윗선 추적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고 등 경찰이 불송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사건에서 수사의 공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검찰 등에선 보다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 정착을 위해 관련 법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검찰청이 7일 공개한 '개정 형사제도 시행 1년 검찰 업무 분석'에서 지난해 검사 인지사건은 3,385건으로 2020년 6,388건 대비 4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도 2020년 10만3,948건에서 2만5,005건으로 75.9% 줄었다. 검찰 관계자는 "개정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가 선거·대형참사·부패·경제·공직자·방위사업 등 6대 중요범죄로 한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검찰은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에 보다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 총 69만2,606건이었는데 10건 중 1건꼴(12.3%)인 8만5,325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 경찰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한 불송치 사건 38만9,132건 중 1만4,494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했고, 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846건을 기소했다.
경찰 불송치 처분에 대한 고소·고발인 등 당사자 이의신청으로 검찰 송치된 사건도 2만5,048건에 달했다. 이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528건이 기소됐으며 이의신청 사건 중 70%는 검찰이 직접 검토·보완해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접수사 제한으로 인지·처분 건수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범죄는 향정·대마 관련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2020년 대비 73.2% 줄었다. 검사 직접수사 범위에 투약·판매는 제외되고 수출입 관련 부분만 포함됐기 때문에 감소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대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건 실체 규명, 효율적 처리 측면에서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치사건 수사 중 여죄나 공범이 확인돼도 검사가 수사개시를 못 하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이송하게 돼 중복수사·절차지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사가 개인정보가 저장된 외장하드를 습득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송치된 A씨를 수사하던 중, 그가 여권사본 등 개인정보 약 1만 개를 불법 취득해 보관·판매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으나 동종범죄가 아니어서 관련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현행 법은 '송치된 범죄의 동종범죄'인 경우에만 인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고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 우려도 제기됐다. 무고 범죄의 경우 지난해 무고 인지 사건수는 179건이었는데, 이는 전년 625건과 비교하면 71.4%나 감소한 수치다. 대검 관계자는 "법령상 검사의 수사개시는 '송치사건'에 한해 가능하지만 허위 고소·고발 사건 중 상당수가 경찰 단계에서 검찰로 불송치되고 있다"며 "일선 검찰청에서 불송치된 무고 혐의 검토 필요 사건을 경찰에 송치 요청하는 등 노력 중이나 현실적으로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