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사고로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HDC현산이 재건축 수주에 성공하면서 향후 재건축 시장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관양 현대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5일 실시한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HDC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임시총회 투표 결과 HDC현산은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었다. 경쟁사인 롯데건설은 417표를 얻었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HDC현산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붕괴 사고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우리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순 없다’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등의 현수막이 걸리는 등 HDC현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주민들 의견도 갈렸다. 주민 A씨는 “저도 처음에는 HDC현산을 지지했는데 사고 이후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도 무서워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 B씨는 “HDC현산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저렇게 사고를 쳤는데 여기서도 그러겠느냐. 더 잘 지을 것 같다”고 했다.
HDC현산 측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지난달 15일 유병규 대표가 자필로 적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반전을 꾀했다.
재건축조합 측에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진행 △구조적 안전 결함 보증기간 30년 대폭 확대 △시공보증 100%까지 설정 예정 △매월 공사 진행 현황 및 외부 전문기관 안전진단 결과 조합원 보고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명도 ‘아이파크’ 대신 조합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주민 C씨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반대했던 분들 중에 ‘아이파크에 사느니 지금 이대로 사는 게 낫다’ ‘진실이 묻혔다’ 등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며 “일부에선 HDC현산의 계약 조건에 독소조항이 있으니 향후 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한두 표 차이로 결정될 줄 알았는데 100표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관양동 일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1,305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등을 조성하는 공사다. 추정 공사비는 4,2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