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칵 뒤집은 우피 골드버그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발언

입력
2022.02.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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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그 "홀로코스트는 인종 문제 아냐" 발언
'인종주의는 나치 이데올로기 중심' 반박 이어져


“우리 한 번 툭 까놓고 얘기해보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는 인종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한 비인간성(inhumanity)에 대한 것이다.”

미국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의 유대인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유대인 사회의 반발은 물론 정치권 공방까지 이어졌다. 미국에서 유대인들이 당했던 차별의 역사도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 ‘시스터 액트’ 등에 출연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골드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ABC방송 토크쇼 ‘더 뷰’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미 테네시주(州) 교육위원회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경험을 담은 유대인 작가 아트 슈피겔만의 그래픽 노블 ‘쥐(Maus)’를 교과 과정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토론이었다.

골드버그는 문제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은 뒤 곧바로 사과했지만 ABC방송은 2주 출연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인종주의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중심이었고 유대인들은 종교가 아니라 인종으로 정의됐다. 나치의 인종차별적 믿음이 대학살을 부채질했다”(미 홀로코스트박물관)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골드버그는 비판이 계속되자 자신의 발언 취지가 홀로코스트를 옹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가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은 아니라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특히 “홀로코스트는 인종차별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것은 악이었다. 흑인의 경우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인종 구별이 가능하지만 홀로코스트는 피부색에 근거해 누가 유대인인지 알 수 없었고 더 깊이 알아야 했다”라고도 했다. 백인인 나치가 역시 백인 계열인 유대인을 탄압한 것과 흑인 차별은 다르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유대인 차별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역풍에 휘말렸다.


정치권도 갑론을박에 가세했다. 미 AP통신은 “(유대인 지지를 받는) 많은 민주당원들이 골드버그에게 등을 돌리는 와중에 몇몇 저명한 공화당원도 그를 비난했으나 일부는 그를 변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화당의 대표적 강경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우피(방송 출연)를 취소하지 말라”는 옹호성 트윗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미국 내에서도 유대인 차별이 심각했고 흑인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주택 구입이 금지되고, 골프클럽 회원 가입은 거절당하고, 일부 대학 입학이 거부되는 등 한때 미국에서 광범위한 차별이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미국 내 유대인을 겨냥한 체계적 차별은 수십년간 대부분 사라졌지만 반(反)유대주의 폭력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번 골드버그 유대인 발언 논란이 반유대주의 척결, 인종차별의 복합성 이해 같은 조금 더 확장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유대인 단체가 2020년 40세 이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치에 의해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가 63%에 이르렀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