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잇따르는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 해법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유엔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 반면, 중국은 미국의 선제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4일(현지시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비공개 회의 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불법 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 8개국 대사도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1월 북한이 한 달 단위로는 가장 많은 7차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안보리의 계속되는 침묵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의환기했다. 또 침묵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어 안보리 결의 위반을 당연시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대화 재개에 무게를 실었다.
성명 낭독 후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대통령의 만남을 약속하기 전에 성취할 만한 게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며 ‘톱다운(하향식) 방식’에 일단은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반면 중국 측은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안보리 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그들(미국)이 새 돌파구를 찾기 원한다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물론 더 매력적이고 실용적이며 유연한 접근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북한의 우려 사항을 수용하는 정책과 행동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장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안보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안보리는 이미 이 문제를 협의 중”이라면서 “지금 문제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피하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측의 이런 언급은 서방과 달리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춰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국 등이 요청해 열린 이날 안보리 회의는 즉각적인 성과 없이 종료됐다. 다만 북한의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을 비판하는 안보리 차원의 언론성명을 채택하기 위한 물밑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중국이 성명(초안)을 베이징에 보냈다”며 본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