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전국 226개 시·군·구별 맞춤형 공약을 선보였다. 대선후보가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의 풀뿌리 공약까지 제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이력을 살려 동네 정책까지 '깨알같이' 챙기는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우리동네 공약' 언박싱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선보인 공약들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주민 의견 수렴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통한 민심 청취 등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후보는 "정치의 시작은 지역이고 지역에서 주민들의 삶을 지켜내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기초지자체 단위 공약까지 꼼꼼히 챙긴 것은 대선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함께 발표에 나선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각 지역위원회별로 4~8개의 공약을 선별 수립한 뒤 무리하거나 대선후보로서 적절치 않은 공약은 검증해 제외했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공약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동네 공약을 챙기게 된 배경으로 2004년 성남의료원 사태를 꺼냈다. 성남 구시가지 대형병원들이 문을 닫으며 의료 공백이 심각해진 2004년 당시 성남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해 시민 2만 명의 뜻을 모아 주민 발의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날치기 부결된 사례를 들었다. 이 후보는 "이를 계기로 '주민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우리가 스스로 동네를 바꿔 보자'는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며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제 정치의 시작이 '동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거대 담론에 집중하는 다른 후보에 비해 자신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민생과 상관없는 거대 담론이 대부분"이라며 "수도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이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될까"라고 반문했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추가 배치를 시사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이 후보는 주말인 5, 6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방문한다. 설 연휴 동안 대구·경북(TK)을 찾은 데 이어 다음 지방 일정으로 PK를 택한 것은 외연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PK지역 발전을 위한 메가공약을 발표하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봉하마을에는 영·호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