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단독으로 만나 양국의 각별한 우의를 과시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옆자리를 뺏겼던 푸틴 대통령은 14년 만에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며 독보적인 환대를 받았다.
중국 CCTV는 회담에 앞서 이날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소식을 전했다. 자막에 ‘먼 곳에서 친구가 왔다’고 소개하며 최상을 구가하는 양국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양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가진 건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국가 정상을 만난 건 푸틴 대통령이 처음이다. 양 정상의 회담 횟수는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래 38회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국가 정상급 인사들은 개막식 다음날인 5일 시 주석과 단체로 오찬을 갖는다.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 서구 국가의 정상들이 모두 올림픽에 불참하면서 자연스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개막식을 빛내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손님으로 주목받았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중러 정상회담 후 에너지, 금융 등 15개 이상의 협력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양측은 국제관계에 대한 공동성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앞서 의례적으로 열리는 회담이 아니라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푸틴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각각 러시아와 중국의 ‘내정’으로 규정하고 상대방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와 대립하는 푸틴 대통령에게도 중국의 지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우샤코프 보좌관은 “중국은 한 국가의 안보가 다른 국가의 안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러시아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한 배를 탔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중국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을 띄우며 양 정상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3일 관영 신화통신 기고에서 “포괄적 동반자이자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양국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효율성, 책임감, 미래에 대한 열망의 모델이 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4일 “두 정상은 비공식 자리에서 보드카와 캐비어,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고 서로 생일을 축하하는 등 친밀한 시간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양진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 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속에도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올림픽 개최와 올림픽 정신에 대한 러시아의 전폭적 지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