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2차 가해' 윤석열 사과 이끈 심상정 "내 토론 점수는 80점"

입력
2022.02.04 11:30
심상정 정의당 후보 첫 대선후보 TV토론 자평
"수박 겉핥기식, 논점 회피, 시간 부족은 한계점"
"후보 배우자도 공인... 앞으로 토론에서 거론될 듯"


"한 80점 정도 주면 되지 않을까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전날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과 관련해 스스로 매긴 점수다.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심 후보는 "어제 다른 세 분 후보는 기조가 같고 저만 다르니까 그런 점에서는 좀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같이 자평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양자 토론에 반발해 방송 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고, 철야농성까지 돌입하며 맞섰던 심 후보는 4자 토론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 후보는 자신 말고 누가 잘했는지에 대해선 "거기까지는 여유가 없어서 생각을 못 해 봤다"라며 말을 아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4자 토론이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많은 준비를 해서 나갔는데 한 절반밖에 못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심 후보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정치 빼고 경제 외교 부동산 다 다루니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되고, 상대 후보가 논점을 피하면 그대로 끝나버리는 형식"을 가장 문제 삼았다. 전날 토론을 끝마친 뒤 심 후보는 '막무가내 토론이었다'는 평가를 남겼다.


"시간 부족...상대 후보가 논점 피하면 그대로 끝나"

특히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명확한 답변 없이 넘어가는 태도를 문제 삼았다.

심 후보는 "마지막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노동 관련 발언들에 대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좀 황당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다 사실이더라"라며 "중대재해법, 최저임금법, 주 52시간 등을 다 없애겠다 또는 그런 기조로 말씀하신 게 사실이고, 제가 그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데 (윤 후보가) 딱 잡아뗐다. 이번 토론을 계기로 노선을 좀 바꾸시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 이 후보를 향해 질문을 쏟아냈지만, 시간 부족으로 답변을 듣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보면 공적 권력을 민간투기세력에 마음대로 동원한 것인데, 책임자가 포섭되는 것도 몰랐다고 하고 시장인데 최종 책임도 안 지겠다 한다"며 "그러면서 어떻게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토론에서는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성폭행 유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한 것을 두고 윤 후보의 사과를 끌어낸 것이 큰 관심을 받았다.


'미투 2차가해' 윤석열 사과 이끌어..."충분하지 않지만 의미 있다"

심 후보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가 얼마 전에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만났는데 실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더라"라며 "이런 권력형 성범죄가 있을 때 민주당 같은 경우에도 다 제명하는 것 말고는 안에서는 다 옹호하고 두둔하고 또 2차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다 영전되니까 이게 제자리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성폭력에 대해서 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단호하게 조치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윤 후보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토론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관련 의혹이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다. 심 후보는 "두 분은 서로 동병상련 아니겠느냐. 건드려봐야 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로 진흙탕 공방이 될 것 같으니까 좀 자제하신 것 같다"며 "저는 후보 배우자도 검증이 필요하면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지만, (어제는) 후보 당사자들 검증할게 더 많고 중요했다. 앞으로 토론에서는 (배우자 관련 검증) 언급이 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배우자 문제? "이재명·윤석열 후보, 진흙탕 될 것 같아 자제한 듯"

그러면서 "배우자 문제에 대해서는 배우자도 공인이기 때문에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들께 정확하게 보고하고, 사과하고 수사받을 게 있으면 수사받고 그렇게 공인답게 국민에게 의무를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의전 논란 등과 관련해선 "당사자도 아니고 배우자가 그렇게 공직자를 마음대로 이렇게 심부름시킨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갑질"이라며 "더 확인해봐야 되겠지만 비용 처리 문제라든지 또는 의료법 위반 문제라든지 법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은 토론은 최소 3회. 심 후보는 "토론 이후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와 격려를 보여주셨다"며 "왜 심상정이 대선에 필요했는지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드리는 토론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