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커 “北 인터넷망 마비시킨 장본인은 나”

입력
2022.02.03 21:23
지난해 1월 북한의 공격에 보복하기 위해 단독 해킹
"북한에 대한 대규모 해킹 지속할 것"

미국의 한 해커가 지난달 26일 북한 전역의 인터넷망을 마비시킨 장본인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익명의 해커 ‘P4x’는 2일(현지시간)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북한을 상대로 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주요 기관 사이트는 지난달 26일 디도스 공격을 받아 장애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접속 장애가 잇따를 만큼 피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NK뉴스는 디도스 공격이 이달 3일 오전까지 지속됐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해킹 범죄를 감행해온 북한이 거꾸로 해킹 공격을 당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앞서 이번 북한 인터넷망 마비를 두고 미국 등의 해커단체가 공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P4x는 약 1년 전 자신을 공격한 북한 해커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단독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북한 해커들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에 관한 정보를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서방 국가의 보안 연구원들을 겨냥해 해킹을 시도했었고, 이 해커도 그 표적 중 하나였다. P4x는 “미국은 정부나 기업은 보호하지만 개인은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내 편에 정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공격 배경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인터넷 연결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서버와 라우터의 취약점을 발견해 디도스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대부분 보안에 취약하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대규모 해킹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해커들을 모집해 집단행동으로 나설 수 있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한 다크웹(특수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웹)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P4x의 해킹 공격에 대해 우려했다. 데이브 아이텔 미 국가안보국(NSA) 소속 해커는 “해당 공격이 기존 서방의 기밀 활동을 방해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 같은 행위가 국제사회에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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