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랑 접촉했는데,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으라고요?”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김모(27)씨는 RAT를 받고 나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며칠 전 만난 친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현장에선 RAT만 가능하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결국 1시간 반가량 대기 후 RAT검사를 마치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찝찝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김씨는 “(코로나19 검사 통보) 문자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PCR 검사를 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대응 체계 개편 첫날, 서울시내 검사소 곳곳에선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속출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검사·치료에 참여하는 병ㆍ의원을 늦게 공지했고, 현장에선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검사소를 찾은 시민과 의료진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어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혼란은 방역당국의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늑장 고지에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동네 병ㆍ의원의 코로나19 검사ㆍ진료가 시작됐지만, 참여 의료기관 명단은 정오가 다 돼서야 공개했다. 게다가 이날부터 검사가 가능한 병ㆍ의원은 정부가 발표했던 343곳보다 훨씬 적은 208곳에 불과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A의원을 찾은 직장인 신모(42)씨는 “코로나19 증상이 있어 회사에 제출하기 위해 RAT를 받으러 왔다”며 “오전부터 여기저기 검사 의원을 찾았지만 알 수 없어 결국 오후에 한 군데 들렀는데,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해서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PCR 검사 기준이 바뀐 것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의료대응 체계 개편으로 PCR 검사 대상자는 △만 60세 이상 고령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은 사람 △밀접 접촉자 등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 △감염취약시설 종사자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사람 등 고위험군으로 한정됐다. 나머지는 모두 RAT를 받아야 한다.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이모(39)씨는 “PCR 검사를 받기 위해 20분가량 대기하고 있었는데 RAT만 가능하다고 해서 RAT 줄을 다시 섰다”며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정확도가 낮다고 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의료 대응 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등대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도 60세 이상은 기존 PCR 검사를 받으면 되는데 이 같은 내용을 몰라 긴 대기 줄에 서 있다가 안내를 받고 빠져나가는 경우도 한둘이 아니었다. 한 60대 남성은 “진작에 말해 줬으면 헛고생을 안 했을 것”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검사소 관계자들이 수시로 안내를 했지만 계속해서 새로 오는 검사 대기자들을 일일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슷한 시간, 지역 호흡기 전담 클리닉 지정 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부산 동래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RAT를 받기 위한 대기자가 몰려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정도였다”며 “기다리다 못해 돌아가는 대기자도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