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드뷔시 같은 클래식 음악도 해요…사람 목소리 같은 매력"

입력
2022.0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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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인터뷰
'색소폰 알리기' 임무로, 유튜브 활동도
"목관의 부드러움, 현의 유연함, 금관의 웅장함까지"

'중년 남성 동호회' '반주를 위한 악기'... 색소폰 하면 떠오르는 보통의 이미지들이다. 클래식부터 재즈, 팝까지 광범위한 음악에 다채롭게 사용되는 악기지만, 국내에서는 그중 일부만 부각된 게 현실이다. 젊은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34)는 이런 편견을 깨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대표적 연주자다. 그는 "미국에선 음악대학마다 색소폰 과정이 있고 일본은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들도 클래식 색소폰부터 시작한다"며 한국에서 유독 클래식 색소폰이 소외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색소폰은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역대를 가졌어요. 목관 악기의 부드러움, 현악기의 유연함, 금관 악기의 웅장함을 두루 갖춘 악기죠. 그래서 이 악기를 만든 사람도 본인의 이름을 따 악기명을 지은 게 아닐까요."

브랜든 최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매력을 클래식 색소폰 불모지인 한국에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가 미국 신시내티 음대 대학원과 프랑스 리옹 국립고등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왔던 이유다. "프랑스 음악가 라벨의 '볼레로'에는 색소폰 독주 파트가 있고, 드뷔시의 '랩소디'는 색소폰이 독주 악기로 관현악과 합주할 수 있도록 한 콘체르토예요. 클래식 음악과 색소폰이 잘 맞아떨어지는 악기라는 걸 보여준 음악가들이죠."

그의 한국 활동이 6년을 넘으면서 변화도 조금씩 생겼다. 예술고등학교에 찾아볼 수 없었던 클래식 색소폰 전공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대에서 클래식 색소폰을 교양과목으로 운영하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브랜든 최가 처음부터 대중에게 친근한 연주가는 아니었다. 그는 "2016년 첫 독주회 때 제 어머니도 '지루하다'고 했다"며 웃으며 회상했다. 무게감 있는 클래식 곡만으로는 색소폰의 대중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후 그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고 또래 음악가들과 다양한 시도를 하며 대중과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4년 전 '브랜든 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활동까지 시작했다. "인터넷에 색소폰을 검색하면 동네 동호회 정도만 나와요. 체계적으로 색소폰에 대한 지식 전달을 하고 싶었어요." 그의 채널에는 색소폰 연주 영상은 물론이고 색소폰을 포함해 클래식 음악 지식을 전달하거나 동료나 제자들과 함께하는 음악 콘텐츠도 있다. 서서히 인기를 얻어 최근 구독자가 5만 명이 넘었다. 그 인연으로 오는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클래식계 인기 유튜버 3팀이 함께하는 콘서트 '너와 나의 발렌타인' 무대에도 오른다. 유튜버 '첼로댁'으로 알려진 첼리스트 조윤경과 구독자 38만 명의 인기 클래식 연주팀 '레이어스 클래식'이 함께한다.

앞으로는 점차 더 클래식 음악을 자주 연주할 계획이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시간 동안 한편으론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도 더해졌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전곡을 색소폰으로 선보이는 공연을 준비하는 이유다. 3월 공연을 앞둔 그는 "첼로의 질감을 목관 악기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두 악기의 다른 음역대를 어떻게 조정할지 등을 신경쓰고 있다"면서 "이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더 들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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