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판정 난 키트 앞에서 검체채취... 불안한 오미크론 대응

입력
2022.02.03 20:00



오미크론 대응 체계 전환으로 3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와 재택치료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전 준비 부족과 열악한 진료 환경 탓에 일부 병·의원에선 의사와 시민 모두 불안과 불편을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성동구의 한 호흡기 전문 개인병원에는 오전부터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그런데 병원이 미리 준비해 둔 신속항원검사 키트 40개는 순식간에 소진되고 말았다. 검사 키트가 소진됐다는 소식에 일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렸고, 나머지는 2시간여 후 퀵서비스로 키트가 도착한 뒤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신속항원검사키트 물량 부족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개인 병원의 좁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 병원의 경우도 공간이 좁다 보니, 구청 보건소나 임시선별진료소처럼 검사 대상자 간의 거리 두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유리벽으로 의료진과 검사 대상자의 공간을 나눈 검체채취실은 다 합해 봐야 2평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좁았다.



이 비좁은 공간에서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 의사는 급속히 지쳤고, 시민들은 채취실 여기저기에 널린 검사 키트와 포장재, PCR 검사용 박스 등을 보며 불안에 떨었다. 그 옆엔 시약을 묻힌 12개의 신속항원검사용 디바이스가 놓여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두 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채 '양성'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검사는 계속 진행됐다. 직장인 김재원(43)씨는 "오전 10시에 병원에 와서 11시 반에 검사를 받았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서 기다리는 도중에 확진되겠다 싶었다"면서, "그런데 실제로 방금 양성인 사람이 나왔더라"며 불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병원장도 검체채취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위험하죠. 사실 저도 방호복 입고 해야 하는 게 맞는데, 현실적으로 매번 입고 벗을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왕태석 선임기자